♣괴로움을 없애는 명상 1. ♣
마을에 젊은 한 친구가 결국 사랑하던 사람과 이별을 고했다.
그리고는 그 괴로움을 달랠 길이 없어 오래도록 혼자 아파했다. 의외로 그 아픔은 깊고도 길었다.
도저히 안 되겠던지 언젠가부터 절에 매일 올라와서는 108배도 하고 주말이면 3000배를 하는지
1만배를 하는지 오래도록 절을 하며 흐느꼈다.
그리고 한 두 달 쯤 지난 후 이제 겨우 마음을 잡았노라고 했다.
그래도 혼자 아파할 때보다는 법당에서 부처님께 의지하며 기도하고 수행하니 마음을 비우기가
훨씬 수월했노라고 했다. 그 친구를 처음부터 이제까지 계속 지켜보면서 내 마음도 졸였지만
그래도 이쯤에서 다시 처음 그 자리로 돌아왔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렇다. 이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처음 그 자리 출발선 상으로 다시 돌아왔다.
사랑하기 이전 아무 일 없던 평상심의 바로 그 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우리 사는 삶의 모습이, 또 괴로워하며 아파하는 삶의 모든 문제들이 이와 같지 않을까.
가만 생각해 보라. 본래부터 내 여자, 내 남자가 어디 있는가.
잠시 인연 따라 사랑도 오고 갈 뿐인 것이다. 그런데 ‘내 사랑’으로 만들겠다고 공연히 집착하니
모든 괴로움이 거기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 집착은 누가 만들었는가. 내 스스로 만든 것이다.
사랑하는 감정, 애착의 감정을 스스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 만들어 놓고는 헤어지게 되었다고 스스로 괴로워하고 있으니 그 원인도 나에게
있고 그 해답 또한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붙잡아 내 것으로 하고자 애착을 내었으니 붙잡은 그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것도 나인 것이다.
그걸 어찌 부처님께서 하느님께서 대신해 줄 수 있겠는가. 내 스스로 놓아버려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에 집착과 애착을 놓아서 다시 편안해 졌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 사람은 그 괴로움을
없앤 것인가. 물론 없앤 것이기는 하지만, 본래부터 없던 괴로움을 제 스스로 만들었다가
그 괴로움에 스스로 아파하다가 다시 그 괴로움을 놓아버린 것이 집착이 본래부터 없던 사람이
보기에는 참 공연한 일을 벌인 꼴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공연히 제 스스로 집착하고 그로인해 아파하고 다시 그것을 놓아버린 것이니 아무 일 없는
사람에게는, 집착을 애초부터 하지 않았던 사람에게는 이 얼마나 번거롭고 복잡한
일을 꾸민 것이 되겠는가.
그래서 옛 말에 수행 잘 하는 사람보다 본래부터 ‘일 없는 사람’ 한도인閑道人이 한 수
위라고 하는 것이다.
『증도가』에서는 무위한도인無爲閑道人은 부제망상불구진不除妄想不求眞이라, 일 없는
한가한 도인은 망상도 없애지 않고 참됨을 구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임제 스님께서 말씀하신 ‘평상심이 도’라는 말도 이를 뜻하는 것이다.
임제스님은 '불법은 애써 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평상심을 유지하여 특별한 일이 없게
함이니, 추우면 옷을 입고 더우면 옷을 벗고, 배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면 잠을 자면
되는 것이다.
어리석은 자는 나를 비웃겠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그 뜻을 안다'고 말씀하셨다.
불법은 애써 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평상심을 유지하여 특별한 일이 없게 사는 것이다.
깨달으려고 애쓰고, 돈 벌려고 애쓰고, 잘 살려고 애쓰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애씀 없이,
특별한 일 없이 그냥 그냥 물 흐르듯 평화롭게 사는 것, 그것이 불법에 이르는 길이다.
사실 우린 누구나 그렇게 살고 있다. 다만 머릿속에서 자꾸 굴리고, 분별하고 따지고
하다 보니 자연스런 삶의 흐름을 자꾸 놓치는 것일 뿐이다.
누구나 추우면 옷을 입고 더우면 옷을 벗고, 배고프면 밥을 찾고, 졸리면 잠을 자게 마련 아닌가.
또 누구나 돈이 필요하면 돈을 벌고,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기면 누가 하지 말라고 해도
사랑에 빠진다.
그것이 턱 놓고 자유롭게 사는 평범한 일상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그냥 하고 살면 되는데 자꾸 분별을 짓고 욕심을 부리고 집착을
하는데 있다.추우면 옷을 입으면 되는데 '더 좋은 옷'을 입으려 하고, 더울 땐 옷을 벗으면
되는데 아까워서 벗지 못하고는 더워 죽겠다고 야단이다.
춥고 덥다는 것은 인연을 말하는 것이다.
인연 따라 상황 따라 마땅히 응해 주면 되는데 거기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입지도 벗지도
못하는 꼴이 되고 만다. 배고프면 먹을 것을 먹으면 되는데 우리는 '더 좋은 것'을
먹으려고 애쓰고, '더 많이' 먹으려고 애쓴다.
또 그것도 모자라 지금 배고프면 배를 채우면 되는데 자꾸 미래를 위해 더 많이 축적하려 든다.
삶을 그냥 간단하게 살면 되는데 공연히 스스로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랑이 오면 사랑을 하면 되고, 또 사랑하다 헤어지게 될 때 자연스레 이별을 받아들일 수도
있어야 한다. 사람의 인연이란 것이 그렇게 ‘이 사람 아니면 안 된다’고 딱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 사람 아니면 절대 안 된다고 집착하고, 어떻게든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만 사랑이 이루어진 것으로 착각하니 이것이 문제다.
집착과 분별을 놓고 살면 언뜻 못 살 것 같고, 또 시대에 뒤떨어질 것 같고, 이래저래 도통
안 될 것 같지만 사실은 다 놓고 비우고 살았을 때 참된 평화가 찾아온다.
다 놓고 인연 따라 그냥 살면, 애써 구하지 않고 특별함 없이 평상심으로 살면, 지금 이 자리가
행복의 자리이고 깨달음의 자리이다.
그냥 들으면 이거 무슨 이야긴가 싶겠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무슨 말인지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그래서 임제 스님은 어리석은 사람은 나를 비웃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그 뜻을 안다고 하셨다.
도를 묻는 자에게 어렵게 생각지 말고 그저 평범하게 평상심으로 살면 된다고 했던
임제스님의 뜻을 어디 알만 하신지.
법상 [부자보다는 잘 사는 사람이 되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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