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장 정안왕(淨眼王) (6)
좌중에 있던 학승 한 분께서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합장하고는 질문을 했다.
“법사 스님께서 앞서 여래장식은 적멸하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에 대해 좀 더 자세한 말씀을 들을 수 있을런지요? 그리고 제가 요즘 수행하고 있는 선(禪)의 의미를 알고 싶습니다.” 짙은 회색으로 물들인 승복 차림의 학승은 눈에는 광채가 나 보이는 스님이었다.
“그러지요. 경에 보면 여래장에 대해 말씀해 놓으시길, 첫째 여래장은 본제(本際: 본각의 실제)에 상응하는 자체이고 청정한 법이며, 둘째 여래장은 본제에 불상응하는 자체이고 번뇌에 얽힌 불청정한 법이고 셋째 여래장은 미래제(未來際)까지 평등하고 영원히 존재하는 법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우선, 여래장은 본제에 상응하는 자체이고 청정한 법이라는 이 법은 여실하여 허망한 적도 없고 벗어난 적도 없으며 떠난 적도 없어, 지혜가 청정하고 진여의 법계이며, 부사의한 법으로서 무시 이래의 본제에서 유래한 것인 줄 알아야 한다. 곧 이것은 청정한 본제이고 진여에 상응하며 법계의 자체이다는 말씀입니다.
다음으로, 여래장이 본제에 불상응하는 자체 및 번뇌에 얽힌 불청정법이라는 것은 본제로부터 유래한 것이지만, 그로부터 떠나 있고 불상응하며 번뇌에 얽힌 불청정법인 줄을 알아야 합니다. 오직 여래가 깨친 지혜로만 온갖 집착과 분별을 끊을 수가 있습니다. 이처럼 번뇌에 얽힌 불상응의 부사의한 법계에 의거하여, 중생을 위한 까닭에 객진번뇌에 물든 자성청정심(自性淸淨心)의 불가사의법을 설하게 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여래장은 미래제까지 평등하고 영원히 존재하는 법인 줄 알아야 합니다. 곧 여래장은 일체 제법의 근본으로서 일체법을 갖추고 일체법을 구비하여 세간법에서 떠나지도 않고, 진실한 일체법에서 벗어나지도 않으며 일체법을 주지(住持)하고 일체법을 섭수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불생하고 불멸하며 영원하고 청량하며 불변한 여래장에 귀의함으로써, 서로 다름도 없고 차별도 없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진실함으로서, 서로 다름도 없고 차별도 없는 법에서는 필경에는 극악(極惡)과 불선(不善)의 두 가지 사견은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 모두를 여실한 지혜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적멸(寂滅)의 깊은 뜻을 말하자면, 우선 일심이문(一心二門)의 법이 진여문(眞如門)과 생멸문(生滅門)을 왕래하면서 엮이는것 처럼, 즉 비유하자면 천을 짜는 듯 하는 법을 뜻하는데, 불유(不有)의 법(法)이라고 해서 무(無)에 머무르는 것도 아니고 불무(不無)의 상(相)이라고 해서 유(有)에 머무르는 것도 아니라고 한 이중부정인 진여제(眞如諦)로 초탈하고, 유무(有無)의 법이 이루지 않음이 없고, 긍정과 부정의 의미가 돌고 돌지 않음이 없다고 한 이중긍정인 세속제(世俗諦)가 그 인연(因緣)을 따라 생기(生起)하는 그러한 엮어짐을 말합니다.
그러면 진여문과 생멸문이 어떻게 교차하는가 하면, 인연으로 생(生)한다는 것은 일체 세제(세속제)의 법을 들어서 말한 것인데, 이 세제(世諦)의 뜻이 멸(滅)이라는 것은 그것을 진여(眞如)가 되도록 ‘녹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인연으로 소생(所生)한다고 말하는 뜻은 인연소생이 본질적으로 적멸이기 때문이며, 그리고 인연소생을 비생(非生)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 생의(生義)를 구함은 곧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런 까닭으로 그 생의(生義)가 곧 적멸(寂滅)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원효는 불법은 유제(有諦)의 이중긍정적 세속제와 공제(空諦)의 이중부정적 진여제로 이중화 되어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세속제는 적멸의 초탈법 없이는 자신의 이중긍정을 성립시키지 못하고, 다만 각자 자기동일성만 고집하는 소유론으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적멸의 초탈법은 세속적인 현상의 넉넉함을 도외시하면, 그 초탈법은 악취공적(惡取空的)인 허무론을 자아낸다고 하여, 세속법은 인연소생법(因緣所生法)으로 표기되고, 진여법은 본래적멸법(本來寂滅法)으로 언급하고 있었다.
세속이 곧 진여를 지향하고 있고, 인연법이 적멸로 말미암아 나타나기 때문에 인연소생은 적멸의 법과 차연(差延)의 관계에 놓여있다는 말씀이며, 따라서 생의(生義)를 오로지 생의에서 구하려 함은 성공할 수 없어서, 인연소생의 생의와 적멸의 진여는 서로 새끼꼬기처럼 엮여져 있는 차연(差延)의 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말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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