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0장 여월현(如月現)
”화엄경 십회향품(十廻向品)에 보면 ‘일찍이 있지 않던 법을 구하기 위하여 몸을 던져 큰 불구덩이에 들어가고, 혹은 부처님의 정법을 보호하기 위하여 온갖 고초를 달게 받으며, 혹은 법을 구할 적에 내지 한 글자를 위하여서도 사해(四海) 안에 있는 모든 소유를 다 버리고, 항상 바른 법으로 중생들을 교화하여 선행을 닦고 모든 악행을 버리게 하느니라(或爲求請未曾有法 投身而下深大火坑 或爲護持如來正法 以身忍受一切苦毒 或爲求法 乃至一字 悉能遍捨四海之內一切所有 恒以正法 化導群生하야 令修善行 捨離諸惡).’ 이 말씀은 법을 위하여 견고하지 않은 몸을 잊어버리고, 오로지 불법을 지킨다(護法)고 하는 위법망구(爲法亡軀)의 정신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열반경에 있는 설산동자(雪山童子)의 이야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전생에 설산동자로서 설산에서 수행하실 적의 일입니다. 오로지 도(道)만을 생각하며 수행에 여념이 없는 이 설산동자의 믿음이 부처가 될 수 있을 만큼 굳건한지를 시험해 보려고 불교를 수호하는 천신인 제석천왕이 사람을 잡아먹는 나찰귀신으로 변하여 내려왔습니다. 나찰귀신은 설산동자가 수행하고 있는 곳까지 와서 과거의 부처님이 말씀하신 게송을 읊었습니다.
제행무상(諸行無常) 시생멸법(是生滅法).
이 게송을 들은 설산동자가 환희심을 내며 나찰에게 청하였습니다. ‘당신은 어디에서 그 거룩한 시를 얻으셨습니까? 그 게송을 들으니 마치 연꽃이 피는 것처럼 마음이 열리는 듯합니다. 제게 나머지 게송을 들려주시지 않겠습니까?’라고 하였습니다. 나찰은 내가 여러 날 굶어 허기가 져서 헛소리를 했을 뿐이라고 시치미를 떼었습니다. 설산동자는 나찰귀신에게 나머지 게송을 들려주면 평생 당신의 제자가 되겠다며 다시 한번 나머지 시를 들려줄 것을 청하였습니다. 나찰귀신은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라 먹을 것, 즉 사람의 피와 살을 주면 나머지 게송을 들려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설산동자는 게송을 다 들려주면 무상한 자신의 몸을 먹이로 주겠다고 약속하자 나찰은 나머지 게송을 마저 읊었습니다.
생멸멸이(生滅滅已) 적멸위락(寂滅爲樂).
설산동자는 나머지 게송을 마저 듣고 나서 기쁨에 겨워하며 ‘중생들을 위해 바위와 나무에 이 게송을 새긴 후’ 나찰의 먹이가 되기 위해 벼랑에서 몸을 던졌습니다. 하지만 그의 몸이 땅에 떨어져 부서지기 전에 나찰은 본래의 제석천왕으로 변하여 설산동자를 공손히 받아 땅에 내려놓아 주게 되었습니다. 이때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며 아름다운 음악이 울려 퍼졌고, 이 광경을 지켜본 모든 천신과 삼천대천세계의 중생들이 설산동자의 지극한 구도 정신과 중생을 위한 서원에 감동하여 그에게 꽃을 바치며 그의 발아래 엎드려 찬탄하였다는 내용입니다.” 원효는 구법(求法)에 있어서 신심(信心)의 가치가 지중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였다.
원효는 화엄경 현수품(賢首品)에 현수보살(賢首菩薩)의 게송을 말씀하시며, 황룡사 백고좌법회를 모든 부처님과 더불어 증명하셨다(諸佛證明).
“시방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여(十方世界 六反震動)
마(魔)의 궁전은 숨어버리고(魔宮 隱蔽)
악도는 모두 쉬었으며(惡道 休息)
시방의 모든 부처님이 널리 그 앞에 나타나시어(十方諸佛 普現其前)
각각 오른손으로 그 이마를 만지시며(各以右手 而摩其頂)
같은 소리로 칭찬하셨도다(同聲讚言)
좋고 좋도다(善哉善哉)! 통쾌하게 이 법을 설함이여(快說此法)!
우리들의 일체가 다 모두 따라서 기뻐하노라(我等一切가悉皆隨喜)!”
이렇게 하여 원효의 ‘호법법회(護法法會)’의 창명(彰明)한 법문은 모두 마무리가 되었다.
황룡사 백고좌법회에서는 세친(世親)으로 대변되는 유식학적인 마음의 세계와 용수(龍樹)로 대표되는 중관학파의 공(空)사상을 합류시켜 원통(圓通)하게 수렴해 내어, ‘화쟁(和諍)’과 ‘일미(一看味)’의 마음의 근본원리를 중심으로, 우주적 이법(理法)을 우주적 ‘사실’로 강론한 역사적 법회였다.
법회가 마무리된 후, 놀랍게도 검해(鈐海)라는 용왕이 예언한 바와 같이, 왕비의 중병이 치유되었고, 더욱 왕실의 신뢰를 얻게 된 원효는 그의 교학적 지위와 불교 대중화를 왕실로부터 전적으로 인정받고, 지원받게 되었으며, 최종적으로 원효의 화쟁 사상이 국가 차원에서 정착되는 계기가 되었다. 더불어 왕후의 집안인 김유신 가문과의 유대를 통한 정치적인 후원으로도 이어지게 되었다. 문무왕은 불교를 국가 통합 도구로 활용하며, 원효를 그 핵심 인물로 삼게 되었다.
'불교공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원효대사와 의상대사-제5권 《평등한 마음》 - 제2장 자비(慈悲) (2) (0) | 2026.05.12 |
|---|---|
| 원효대사와 의상대사-제5권 《평등한 마음》 - 제1장 자비(慈悲) (1) (0) | 2026.05.12 |
| 원효대사와 의상대사-제4권 《지혜의 불꽃》 - 제9장 현성의(顯成義) (3) (0) | 2026.05.12 |
| 원효대사와 의상대사-제4권 《지혜의 불꽃》 - 제8장 현성의(顯成義) (2) (0) | 2026.05.12 |
| 원효대사와 의상대사-제4권 《지혜의 불꽃》 - 제7장 현성의(顯成義) (1) (0) | 2026.0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