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한시 감상

신령한 빗발처럼 낙엽이 떨어지는데

qhrwk 2025. 5. 24. 16:18

 

 

신령한 빗발처럼 낙엽이 떨어지는데

東日出杲杲
동일출고고
동쪽 해가 높이 눈부시게 솟아오르고

木落神靈雨
목락신영우
신령한 빗발처럼 낙엽이 떨어지는데

開窓萬慮淸
개창만려청
창을 여니 온갖 생각 맑아지면서

病骨欲生羽 
병골욕생우
허약한 몸에도 날개가 돋힐 듯하네.

위의 시는 추강(秋江) 남효온(南孝溫:1455~1492)이 지은 시이다.
남효온은 홍유순, 정희량과 마찬가지로 점필재 김종직의 제자며 동시에 청한자 김시습의 제자였다.
두 스승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추강은 김시습과 함께 생육신 반열에 올랐다.
생애도 불우했다 김종직이 무오사화 때 부관참시를 당한 것처럼 남효온도 연산군 때
일어난 갑자사화 때 부관참시를 당했다.

고결하고 강직한 성품으로 어머니의 청 때문에 과거에 한 번 응해 진사에 합격했으나
평생을 벼슬을 하지 않고 백면서생으로 지냈다.
25세 때 소릉(昭陵:단종 생모 헌덕왕후의 능묘) 복위를 주장하는 상소를 올려 그의 
용기와 절의(節義)가 세상을 놀라게 했다.
물론 이것 대문에 부관참시의 변을 당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생전에 그는 ‘때를 잘못 만났다.’고 탄식하면서 술로 마음을 달래고살았다 한다. 
홍유순 등과 죽림칠현을 자처하며, 『황정경(黃庭經)』을 잘못 읽어
하늘에서 귀양 온 신하라고 스스로 말했다.

二千里外謫南人 
이천 리 밖 남쪽으로 귀양 온 사람

四十年前寵辱身
40년 전에는 은총과 욕됨을 받은 몸인데

坐見歲年閱姜浪
해마다 강가에 앉아 물결만 바라보네.

金鷄何日召謫臣
금계는 어느 날에나 귀양 보낸 신하를 다시 부를까. 
 이와 같은 시를 짓기도 한 그는 37살의 나이로 세상을 등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