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이 입이 되어 허공에 걸려
온 몸이 입이 되어 허공에 걸려
通身是口掛虛空
통신시구괘허공
온몸이 입이 되어 허공에 걸려
不管東西南北風
불관동서남북풍
동서남북 바람을 가리지 않고
一等與渠談般若
일등여거담반야
언제나 바람 따라 반야를 노래하네
滴丁東了滴丁東
적정동료적정동
뎅그렁 뗑 뗑그렁 뗑
절에 가면 처마 밑에 풍경이 달려 있는 것을 흔히 보게 된다. 작은 종 모양의 요령 안에
방울이 달렸고 그 밑에 보통 물고기 모양의 쇠붙이가 달려 있다.
바람이 불면 물고기가 흔들리며 뎅그렁 뗑 소리가 난다. 이 풍경을 소재로 멋진 시를
지은 사람은 천동 여정天童如淨 선사禪師이다.
※ 남송(南宋) 화승(畵僧) 법상(法常)의 <布袋和尙圖>
그는 조동종에 속해 있던 승려로 남송南宋 때 사람이다. 바람에 울리는 풍경 소리를
반야를 노래한다고 한 것은 깊은 직관력을 터득한 경지라야 들을 수 있다.
이 시를 반야송般若頌이라고 불러왔듯이, 선시사禪詩史에서 반야의 세계를 노래한
백미白眉로 알려져 있다. 여정如淨의 문하에서 수학한 일본 조동종의 개조인 도원道元은
이 시가 단연 선시로서 최고의 격을 갖춘 시라 하였다. 제4구의 ‘적정동료 적정동’은 종
소리를 표현한 의성어擬聲語이다.
예로부터 바람 소리 물소리가 모두 반야를 노래하고 있다고 하였다.
사실 반야를 증득한 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 세상 모든 것은 모두 반야의 화음으로 들릴 것이다.
때로는 사람이 사람의 말이 아닌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면 과연 어디서 저런 소리가
나오는가 하고 마음이 한곳으로 모아지기도 한다.
실상의 이치를 관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보면 마음에 와 닿는 모든 소리가 부처의
세계에서 들려오는 반야의 소리가 아닌 것이 없을 것이다. “두두頭頭가 비로毘盧요
물물物物이 화장華藏이다”고 한 말이 있듯이, 실상을 통달한 지혜의 눈으로 보면 삼라만상이
비로자나 부처님이요, 온 세상이 비로자나의 법신 정토淨土인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궁극적으로는 긍정하며 살아가야 할 아름다운 부처님의 세상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욕구불만에 의하여 이 세상을 부정하고픈 때가 있기도 하나 대자연의
이치 속에는 아무런 결함과 하자도 없다. 모든 게 다 갖추어져 있는 원만 그 자체라는 것이다.
천동 여정 天童如淨(1163~1228)은 남송 때의 스님으로 조동종의 거장이었다.
어려서 유학을 배운 뒤 출가하여 교학을 익힌 다음 40여 년 동안 행각을 하면서
여러 선찰에 머물며 선을 익혔다. 만년에 천동산에 주했으므로 천동이라 부르게 되었다.
〈여정선사어록〉 2권이 남아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