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암일기(眉巖日記) 1.

'눈이 내리니 바람이 더욱 차가워 그대가 추운 방에 앉았을 것을 생각하노라.
이 술이 비록 하품이지만 차가운 속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으리.'
미암 유희춘이 아내에게 시를 지어 보냈다.
'국화잎에 비록 눈발이 날리지만 은대(승문원)에는 따뜻한 방이 있으리.
차가운 방에서 따뜻한 술을 받으니 속을 채울 수 있어 매우 고맙소'
그의 아내 송덕봉은 이렇게 화답했다.
한문으로 쓴 친필일기
고전문학자 정창권씨가 펴낸『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에는 부부간의 애뜻한 정을 담은 시가 나온다.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는 미암 유희춘의『미암일기』를 등뼈로 삼아 조선시대 양반 가정의
일상생활을 상세히 다룬 책이다.
『미암일기』는 선조 때 학자인 유희춘이 한문으로 쓴 친필일기다.
1567년(선조 즉위년) 11월 5일 이른 새벽, 멀리서 통행금지를 해제하는 파루의 종소리가 울리자
이미 잠에서 깬 미암은 이불 속에서 그 종소리를 헤아리고 있었다.
오늘은 그가 오랜 유배에서 풀려나 복직하는 첫 날이다.

"남쪽바다 북쪽 바다 쓸쓸한 땅에/ 23년 동안 버려뒀던 몸/
옛 친구 생각하며 쓸쓸히 문적부(聞笛賦)만 읊고/ 고향 오니 어느덧 도끼자루 썩은
사람과 같다/
가라앉은 배 옆에 온갖 배들 가는 것을 보지만/ 병든 가지에 그래도 한 점 봄이 있다/
오늘밤은 장락궁 곁에서 종소리를 들으니/ 술 마시지 않아도 정신이 상쾌하다."
임금 앞에서 강론할 생각으로 잠 못 이루던 미암은 시 한 수를 짓고 일기에 적었다.
선조실록 주요 사료
귀양살이를 마치고 돌아온 자신의 처지를 '도끼자루 썩은 사람'에 비유하고 임금을
다시 모시게 된 기쁨을 '봄'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는 이 무렵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 일기가 바로 미암일기다.
지금 남아있는 것은 선조 즉위년 10월부터 선조 10년까지 11년간에 걸친 일기다.
내용 가운데 몇 군데 빠진 곳이 있으나, 조정의 공적인 사무로부터 자신의 개인적인 일에
이르기까지 매일 일어난 일과 보고들은 바를 상세하게 기록해 두었다.

미암일기가 역사에서 주목된 것은 『선조실록』을 편찬할 때 그의 일기가 주요 자료로 이용되었기 때문이다.
임란으로 선조 25년 이전의 승정원일기가 모두 불타버리자 실록을 만들 때 이이의 경연일기와 미암일기를 참고하여
선조실록을 꾸민 것이다.
본래는 14책이었으나 현재 남아있는 것은 11책이며, 부록으로 그의 부인 송덕봉의 시문과 잡록이 실려 있다.
이 책은 판본을 포함하여 보물 제 260호로 일괄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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