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부

주인과 도둑 주인공

qhrwk 2026. 2. 24. 06:47

 

주인과 도둑 주인공

 

‘나’라는 주인공, 능히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성내기도 하면서 갖은

조화를 부립니다. 이것은 큰 것인가요? 혹은 작은 것인가요? 큰 것도 아니고

작은 것도 아니니, 크다고 하면 다시 작아지지 못하고 작다고 하면 다시 커지지

못하는 것 아니겠어요?

 

그러니 모난 것도 아니고 둥근 것도 아니며 푸른 것도 붉은 것도 아니고 악한 것도

아니고 착한 것도 아니고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착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고 나타나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모나기도 하고 둥글기도 하니 결국 그 정체가 결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갖은 조화를 부리는 것입니다.

 

방안의 허공은 네모난가요? 공안의 허공은 둥근가요?

사람들이 자기 스스로 착각을 하여 둥근 허공이니 네모난 허공이니 하지만 실제로

허공 자체는 네모나거나 둥글지 않습니다. 자기가 만들어낸 분별로 악한 마음을

쓰기도 하고 착한 마음을 쓰기도 하고 큰마음을 쓰기도 하고 작은 마음을

쓰기도 하니 스스로 온갖 착각을 하는 것입니다.

 

본래의 자기 마음자리는 한계가 없어 모양도 빛도 없는 대소장단(大小長短)

일체가 끊어진 자리인 것입니다.

 

우리는 육근(六根)에 매달려 밖으로만 따라 다니기 때문에 자기 근본 뿌리를 모릅니다.

눈으로 보는 경계에 팔려 다녀서 자기라는 근본은 잊어버리고 푸르니 붉으니

아름다우니 하는 이것은 자기를 도둑맞은 것이지요. 귀를 통해 밖의 소리에 팔려

있으니 도둑맞은 것입니다. 혀끝의 맛이나 코를 통한 냄새나, 부드럽고 거슬리는

감촉 그런 것들에 끄달리니 자기를 도둑맞는 것과 똑 같은 것입니다.

 

생각도 역시 과거의 경험, 현재의 상황, 미래에 대한 생각 등으로 뒤죽박죽되어

자기라는 것은 이미 도둑맞았거든요. 이것은 마음의 그림자가 도둑인 줄도 모르고

도둑을 주인 삼아 본래 주인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요, 가치전도입니다.

 

올 때도 정신없이 오고 사는 것도 정신없이 끌려 다니며 살다가 갈 때도 정신없이

끌려갑니다. 누가 웃기면 자기도 모르게 웃어 버리고 누가 약을 올리면 자기도

모르게 화를 냅니다 한 순간도 바른 자기를 찾아 주인답게 살아보지 못하고

평생 꿈틀거리다가 죽어가는 고깃덩어리 밖에 안됩니다.

 

그렇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 것입니까? 불교는 나를 찾고자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앉고 서고하는 모든 것을 정확히 보고 정확히 살자는 것입니다.

 

-서암스님의 가르침 『소리없는 소리』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