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부

자연의 목소리

qhrwk 2026. 2. 22. 07:54

 

◈자연의 목소리 /지현스님


수행자에게 겨울이란 계절은 참 소중한 정진의 시간이 되는 것 같습니다.

산사에는 하염없이 눈이 내렸고, 구제역으로 인해 이 지역은 출입을 금지하게 되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춥고 시린 겨울날입니다.

매서운 칼바람 속에 새 봄을 준비하는 운력에 들어갔습니다.

시리고 아픈 마음을 달래볼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건만 시간이 갈수록 아픔은 더해만 갑니다.

사하촌의 촌부에게도 일이 벌어진 모양입니다.

어찌 위로를 하면 좋을지 내내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간간히 들리는 솔바람 소리와 견디다 못해 가지 위의 눈을 털어내는 소리만 들릴 뿐 오늘도

도량은 고요하기만 합니다.

 

춥고 시린 겨울날 넋을 잃고 앉아 있을 촌부의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쌩~하고 부는 바람이 그의 마음을 대신해 줍니다.

지구가 아프다는 말이 사실임을 깨닫는 순간순간입니다.

며칠째 내리는 눈 때문에 발이 꽁꽁 묶였습니다.

도량 내에서도 이동이 불편할 정도이니 사람에게 뿐 아니라 산짐승에게도 혹독한

겨울날입니다.

 

심우실 창문 앞엔 다람쥐와 산토끼를 위한 식탁이 준비되어  있고 그 옆으로는 산새들의

식탁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산짐승의 식량을 사람들이 다 먹어 치운다니 우리 도량을 찾는 녀석들에게만

이라도 미안한 마음을 담아 차려 낸 조촐한 식탁입니다.

녀석들이 맛있게 먹고 갔나하는 궁금한 마음에서 간간히 창가를 내다봅니다.

 

그런데 어인일인지 며칠째 녀석들의 식탁이 그대로입니다.

몇 십년만에 찾아 온 혹한 추위와 수북이 쌓인 눈 때문에 산짐승의 이동마저 끊긴 모양입니다.

녀석들에게 있어 인간이란 참 못된 존재입니다.

 

생명의 소중함을 가장 중요시 하는 우리 불가의 입장에서 봐도 지금의 현실은 대재앙입니다.

소소한 일상에서도 환경을 생각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우리 불가의 전통을 보다

널리 알리고 실천케 하는 자세가 중요한 때입니다.

 

눈보라 속에서도 운력을 감행하면서 부처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추위를 잊어 봅니다

며칠 전 낳은 송아지를 품에 안고 눈물을 흘리며 젖을 물렸다는 어미 소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슬픈 마음 잊고자 칼바람과 맞섭니다.

 

 자신의 슬픈 운명을 안고서 먼저 떠난 어미 소와 배불리 젖을 먹은 뒤 바로 뒤를

따른 아기소의 이야기가 모두 제 탓만 같아서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안락사를 위해 주사기를 든 수의사의 언 손을 따뜻한 혀로 핥아 주었다는 어느 소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먹먹해 지는 가슴을 쓸어 내려야만 했습니다.

 

참 이기적인 동물 ‘인간’ 참으로 이기적인 동물이 바로 인간이었습니다.

모든 감성들이 진화하지 못하고 퇴화하고 있는 동물이 바로 인간인 것 같습니다.

생명의 소중함과 인과의 법칙, 그리고 사랑의 실천… 하루빨리 아픈 마음이

치유되기를 기도합니다.

 

떠날 수밖에 없었던 저들의 마음에도, 보낼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마음에도 어서

빨리 따뜻한 봄이 찾아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 슬픈 현실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에는 환경을 생각하는 작은 새싹이 돋아나길

기원합니다.

 

어디선가 들리는 이 소리가 들리시는지요.

자연에 의지하기 보다는 자연과 더불어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소리를 들으셨는지요.

애써 몸을 추스른 지구의 목소리입니다.

여러분! 귀 기울여 들어 주십시오.

우리의 행복을 위한 목소리입니다.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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