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고사는 방법도 여러 가지/황전스님 ♣
늦은 밤이었다. 스승님께서 누구를 급히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고
하면서 찾아 나섰고, 나는 자동차 속에서 스승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밤늦은 도시의 변두리라 그런지 인기척이 별로 없었다.
잠시 후에 막차로 보이는 버스 한 대가 승강장에서 멈추자 눈먼 봉사로 보이는 한 사나이가 시커먼
안경을 쓰고 지팡이를 더듬거리며 버스에서 내려서 내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을 향하여
더듬거리며 오고 있었다.
나는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을 때에도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며 구걸을 하는 눈먼 봉사들에게
적선을 해 본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우선 나 자신 하나도 제대로 구하지 못하고 있는데 누가 누구를 도와준단 말인가?
이 논리가 그 당시 나의 논리였다.
승(僧)이 되어서도 여전히 눈먼 봉사들에게 적선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눈먼 봉사들이 길거리에서 찬송가를 부르기 때문은 아니었다.
불보살님을 팔아서 번 돈을 그들에게 적선할 수가 없었다.
그 보다는 오조홍인대사님과 어머님에 관한 이야기가 나의 마음속에 항상 살아 있기 때문이었다.
전해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오조 홍인대사님께서는 큰 절에 사시면서도 처녀의 몸으로 자신을
낳아 길러준 늙은 어머님이 찾아와도 문적박대를 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쫓겨난 어머님은 굶어서 돌아가셨는데, 어느 날 돌아가신 어머님이
홍인대사님의 꿈에 나타나서 하시는 말씀이
“대사님, 참으로 고맙습니다. 대사님 덕분에 저는 천상에 태어나서 잘 있습니다.”
라고 했다는 것이다.
홍인대사님께서 어머님을 천상에 태어나게 한 것은 어머님이 절 시주를 받을 만한 자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문적박대를 했던 것이다.
스님들도 시주만 받고 수행을 잘못하면 소로 태어나서 그 시주를 다시 갚는다고 했는데, 수행자도
아닌 어머님께 어찌 시주 밥을 먹일 수가 있겠는가?
도인이 아니고서야 누가 이런 일을 알 수 있으며, 또한 그러한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겠는가?
그것도 어머님인데.......
나는 봉사를 바라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보니, 눈먼 봉사가 늦은 밤길을 혼자 걷는다는
것이 좀 그랬다.
나는 그를 조금 도와줄 생각으로 자동차 문을 열려는 순간 그가 갑자기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것이었다.
나는 세상에 봉사가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것은 처음 보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나도 사방을
둘러보았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자 봉사는 안경을 벗어서 윗주머니에 넣고 지팡이를 옆구리에 끼어 넣고는 호주머니에서
잔돈을 꺼내 세어 보면서 오는 것이었다.
나는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 사나이가 가로수 화단가에
걸려 넘어지면서 동전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이었다.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다가 그만 머리로 자동차 운전대를 박고 말았다.
그 순간, 빵~하는 소리가 어둠을 뚫고 울려 퍼지자 그 사나이는 너무나 놀랐던지 줍던 동전을
내버려두고 도망가 버렸다.
나는 그 사나이가 눈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웃다보니 배가 아파왔다.
나는 처음 보았다.
낮에는 봉사가 되고 밤에만 눈을 뜨는 봉사를,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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