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법정)

흙을 가까이

qhrwk 2022. 4. 20. 08:41

 


♣흙을 가까이♣

서산에 해 기울어 산그늘이 내릴무렵, 훨훨 벗어 부치고 맨발로 채소밭에 들어
김 매는 일이 요즘 오두막의 해질녘 일과이다
맨발로 밭흙을 밟는 그 감촉을 무엇에 비기랴
흙을 가까이 하는 것은 살아 있는 우주의 기운을 받아드리는 일이다

흙을 가까이 하라
흙에서 생명의 싹이 움튼다
흙을 가까이하라
나약하고 관념적인 도시의 사막에서 벗어날 수 있다

흙을 가까이 해야 삶의 뿌리를 든든한 대지에 내릴 수 있다
우리에게 대지는 영원한 모성 흙에서 음식물을 걸러내고
그 위에다 집을 짓는다

그 위를 직립 보행하면서 살다가 마침내는 그 흙위에 누워 삭아지고 마는것이
우리들 삶의 방식이다

흙은 우리들 생명의 젖줄일 뿐 아니라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씨앗을 뿌리면 움이트고 잎과 가지가 펼쳐져 거기 꽃과 열매가 맻힌다

생명의 발아 현상을 통해 불가시적인 영역에도 눈을 뜨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흙을 가까이 하면 흙의 덕을 배워 순박하거 겸허해지며
믿고 기다릴 줄을 안다

흙에는 거짓이 없고 추월과 무질서도 없다
멘트와 철근과 아스팔트에서는 생명이 움틀 수 없다
비가 내리는 자연의 소리마저 도시는 거부한다

그러나 흙은 비를 ,그 소리를 받아들린다
흙에 내리는 빗 소리를 듣고 있으면 인간의 마음은 고향에 돌아온 것처럼
정결해지고 평온해진다

어디 그뿐인가
구두와 양발을 벗어버리고 일구어 놓은 밭흙을 맨발로 감촉해 보라
그리고 흙냄새를 맡아보라
그것은 순수한 생의 기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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