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정(法頂) 스님이 미리 쓰신 유서(遺書)♣
"현자가 이르기를 구원을 얻는길 또한 이같이 어려우니라."
<우파니 샤드> 의 이 말씀을 충분히 이해할 것 같다.
내가 죽을 때에는 가진 것이 없음으로 무엇을 누구에게 전한다는 번거로운 일은 없을 것이다.
본래 무일푼은 우리들 사문의 소유관념이니까.
그래도 혹시 평생에 즐겨 읽던 책이 내 머리밭에 몇 권 남는다면,
아침 저녁으로 "신문이오!" 하고 나를 찾아주는 그 꼬마에게 주고 싶다.
장례식이나 제사 같은 것은 아예 소용 없는 일.
요즘은 중들이 세상 사람들보다 한술 더 떠 거창한 장례를 치르고 있는데,
그토록 번거롭고 부질없는검은 의식이 만약 내 이름으로 행해진다면
나를 위로하기는 커녕 몹시 화나게 할 것이다.
평소의 식탁처럼 간단 명료한 것을 즐기는 성미이니까.
내게 무덤이라도 있게 된다면 그 차거운 빗돌 대신
어느 여름날 아침부터 좋아하게 된 양귀비꽃이나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하겠지만, 무덤도 없을테니 그런 수고는 끼치지 않을 것이다.
생명의 기능이 나가버린 육신은 보기 흉하고 이웃에게 짐이 될 것이므로
조금도 지체할 것 없이 없애 주었으면 고맙겠다.
그것은 내가 벗어버린 헌옷이니까.
물론 옮기기 편리하고이웃에게 방해되지 않은 곳이라면 아무 데서나 다비해도 무방하다.
사리같은 걸 남겨 이웃을 귀찮게 하는 일 나는 절대로 하고 싶지 않다
육신을 버린 후에는 훨훨 날아서 가고 싶은 곳이 꼭 한군데 있다
"어린 왕자"가 사는 별나라.
의자의 위치만 옮겨 놓으면 하루에도 해지는 광경을 몇번이고 볼 수 있다는 아주 조그만 그 별나라.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을 안 왕자는 지금쯤
장미와 사이좋게 지내고 있을까.
그 나라에는 귀찮은 입국사증 같은 것도 별로 없을 것이므로 가보고 싶다.
그리고 내생에도 다시 한반도에 태어나고 싶다.
누가 뭐라 한대도 모국어에 대한 애착 때문에 나는 이 나라를 버릴 수 없다.
다시 출가 사문이 되어 금생에 못다한 일들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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