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법정)

법정스님이 들려주는 "참 좋은 이야기 3화-거름을 운반하는 사람 "

qhrwk 2022. 5. 12. 09:40

 

♣***거름을 운반하는 사람***♣

부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어느 마을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마을 옆에는 아름다운 강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부처님과 제자들은 그곳에서 거름을 운반하고 있는 한 남자와 마주쳤습니다.
그 남자는 부처님과 제자들을 보자마자 거름통을 내던지고 후다닥 달아나 강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고귀한 분들께 자신의 더러운 모습을 보여 주어서는 안 될 것 같아서그런 것입니다.
남자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이었습니다.

마침 근처에 있던 마을 사람들이 호기심에 찬 눈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강가로 다가가시더니 그 남자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리 가까이 오라"
그러자 남자는 어쩔 줄 몰라하다가 겨우 손을 모아 합장하며 말했습니다.
"저는 갈 수 없습니다. 저는 거름을 운반하는 더러운 천민입니다."

천민이란 사회적인 지위가 매우 낮은 사람을 말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에는 귀한 사람과 천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또 더러운 사람이란 너처럼 거름을 운반하는 사람이 아니라, 마음속에
욕심과 미움이 가득한 사람을 말하는 것이니라.
네 이름이 뭐냐?"


"저는 수니타라고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가만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이내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수니타,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너도 원한다면 수행자가 될 수 있다."
수니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 동안 어느 누구도 저에게 이토록 친절을 베푼 분은 없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저를 받아 주시기만 한다면 생명을 바쳐 가르침대로 따르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수니타의 손을 잡아 이끌며 곁에 있는 제자에게 말씀하셨습니다.
"함께 수니타를 목욕시키도록 하자. 나는 당장 이 자리에서 수니타를 제자로 받아들이겠다."
부처님과 제자들은 수니타를 깨끗이 씻어 주었습니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마을 사람들은 모두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그 동안 이 나라에서 천민이 스님이 된 경우는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지요.
거름을 운반하는 천민이 스님이 되었다는 소식은 금세 멀리까지 퍼져 나갔습니다.

이 소식을 듣자 많은 사람들이 몹시 화를 냈습니다.
"감히 거름을 운반하는 천민이 고귀한 스님이 되다니!"
"말도 안 돼! 그런 녀석은 당장 두들겨 패서 나라 밖으로 내쫓아야 해!"
소문이 계속 퍼져 나가자 몇 달 후에는 이 나라의 왕도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왕은 항상 부처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이었지만 천민이 스님이 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어느 날, 왕은 이 문제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부처님을 찾아갔습니다.
왕이 수도원에 도착했을 때, 왕은 수도원의 한쪽에서 어떤 스님이 많은사람들에게 무엇인가 가르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스님은 언뜻 보기에도 무척 고결하고 훌륭해 보였습니다.
왕은 잠시 서서 그 스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 보았습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왕은 그 스님의 말을 듣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따가 돌아갈 때 다시 저 스님을 찾아가 좋은 말씀을 들어야겠다."
왕은 그렇게 생각하고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이윽고 왕은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자 부처님께 공손히 인사를 드린 후 물었습니다.
" 저 앞에 있는 스님은 누구입니까?"
부처님께서 고개를 돌려 그곳을 보더니 가만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그는 수니타라고 합니다.한때는 거름을 나르던 천민이었답니다."
순간 왕은 당황하여 어쩔 줄 몰랐습니다.
"그토록 고결하고 훌륭해 보이는 스님이 천민이었다니!"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수니타는 불과 3개월 전에 스님이 되었으나 지극함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수행을 하여 지금은 아주 뛰어난 스님으로 인정받고 있답니다."

왕이 상기된 얼굴로 말했습니다.
"사실 제가 오늘 여기 온 것은 저 수니타 스님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제 그 문제는 이미 해결되었습니다.
저는 수니타 스님에게 당장이라도 공양을 드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부처님께서 왕의 말을 듣고 빙그레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왕이여, 모든 사람의 피는 붉고, 모든 사람의 눈물을 짜답니다.
이것은 우리가 모두 평등한 인간이라는 뜻입니다.
천민인 수니타 역시 우리와 평등하기 때문에 내가 그를 제자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왕은 부처님께 합장한 채 말했습니다.
"부처님의 높은 지혜와 자비심에 다시 한 번 경의을 표합니다.
앞으로 저는 힘이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부처님과 스님들을 돕겠습니다."

왕은 그렇게 말한 뒤 매우 흡족한 마음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후, 거름을 운반하던 천민 수니타는 더욱 훌륭한 스님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습니다.

고귀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왕이라고 해서, 또 부자라고 해서 그 사람이 고귀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늘 아래 존재하는 모든 사람은 본질적으로 평등합니다.
고귀함과 천함의 차이는 겉모습이 아닙니다.
굳이 나누자면 그 사람의 마음 씀씀이와 그 사람의 진실한 행위로써 귀함과 천함이 나뉘는 것이겠지요.
또 지극한 마음으로 이웃을 돕고, 늘 친절하며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참으로 고귀한 사람이라 할 수 있겠지요.


-법정 스님이 들려주는 [참 좋은 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