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법정)

차 향(茶香)

qhrwk 2022. 6. 6. 10:00

차 향(茶香)


계절이 본격적인 더위철로 들어서, 고요한 산방(山房)에서 마시는 차 맛도 이전과 다르다.
근처 개울가에 가서 수행자의 처신에 맞지 않지만 발이라도 담그고, 제철 과일을 먹으면서 볼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에 마음을 던지고 싶어진다.

산색(山色)도 녹색 빛이 깊어지면서, 다가올 성숙의 계절을 미리 준비하는 나무들의 힘찬 기운이 느껴진다.

세상이 시끄러울수록 산방에 혼자 앉아 마시는 차향(茶香)은 더욱 정갈할 때가 있다.
속세를 떠난 수행자로서의 본분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한편으로 아직도 부처님 법을 만나지 못한 이들을

찾아가 법을 전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어, 주지 소임이라는 자리는 이중고(二重苦)를 호소해야 한다.

 

따라서 오늘, 소납은 그동안 세상사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을 적었던 이 공간에 세상사 이야기 보다는

산에서 불어오는 맑은 바람소리가 차향을 닮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고유가로 인해 나라 경제가 말이 아닌 작금의 상황이 그렇고, 무엇보다 앞으로 당분간 나아질 것 같지 않은

상황이 더 우려스럽지만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마음의 평정을 잃지 말 것을 말하고 싶은 거다.

차(茶)를 우려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 작업이 얼마나 더디고 여유로운 마음을 필요로 하는 지를.
그래서 바쁜 현대 사회에서는차(茶)도 일회용으로 찾는 이들도 많다.

이는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은 찾았을지 모르지만, 차를 마시는 것의 본질에는 멀리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정작 차(茶)는 음미, 즉 마시며 맛을 아는 것이 아니라 문향(聞香), 향을 듣는 것이라고 했다.


바쁘고 힘겨운 일상을 벗어던지라는 것은 속세를 떠난 수행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하더라도,잠시, 마음을 내어

차(茶)를 우려내는 마음으로 돌아가 자신을 돌아볼 일이다.

세상이 바쁘게 돌아가더라도 거기에 휩쓸려가기 보다는 잠시 세상과 거리를 두는 자세가필요한 시기이다.

그 마음은 차(茶)를 우려내는 마음과 닮아있을 것이다. 그것도 힘들다면, 가까운 산사(山寺)를
찾아 차를 한 잔 청하는 마음도 필요할 것 같다.

오늘 아침, 다향(茶香)을 들으면서, 신라시대에 우리 차를 당나라 구화산에 심었다는 지장왕보살
교각 스님의 발걸음을 찾아 중국 구화산을 찾았던 일이 떠올라 입가에는 빙그레 미소가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