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삶의 현장이 곧 도량”♣
… 법정스님 동안거 해제 법문 /박영대 기자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학교와 직장이 바로 도량(道場․불교에서 도를 얻으려고 수행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특정한 장소에 집착해 어디에 가야만 수행이고 기도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착각할 때가 많습니다.
이는 비본질적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4일 서울 성북구 성북2동 길상사에서 열린 동안거(冬安居․음력 10월 15일~이듬해 1월 15일) 해제 법회에서
법정(法頂․사진) 스님은 “우리가 처한 삶의 현장이 곧 도량”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법정 스님은 “어수선하고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이 혼돈스러운 세태에서 도량이 없으면 세태의 물결에 휩쓸린다”며
도량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분별과 집착을 떠나 내가 내 마음을 다스리는 깨달음을 얻는 것이 곧 도량” 이라는 것이다.
법정 스님은 법문 내내 “도량은 장소가 아니라 마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유마경(維摩經․일상에서 해탈을 체득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담은 경전)의 일화를 예로 들었다.
“한 스님이 조용히 공부하고 싶어 도량을 물색하던 중 유마 거사와 마주쳤습니다.
‘도량에서 오는 길’이라는 유마 거사에게 스님은 ‘도량이 어디냐’고 물었지요.
유마 거사는 이렇게 답합니다. ‘곧은 마음(직심․直心)이 도량이지요.’”
이어 법정 스님은 20년 전 인도에서 성지를 순례하던 경험을 들려주었다.
스님은 당시 아잔타 석굴로 가는 기차를 탔는데 지저분한 데다 비집고 들어설 틈 조차 없었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화장실 앞에 자리를 잡았지만 승객들이 화장실을 끊임없이 드나들어 냄새가 진동했다.
스님은 슬며시 ‘내가 왜 이런 고생을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화가 났지만 자정이 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스님은
“옛 구법자들은 오로지 두 발로 성지를 순례했고 다른 승객들은 먼지 가득한 바닥에 앉아 있는데 나만 이 상황을 못
받아들일 것 없지 않는가 하고 생각했다” 면서 다음과 같은 말로 법문을 끝맺었다.
“모든 것은 관념의 차이일 뿐이었습니다.
나는 그때 어느 성지에서도 느낄 수 없는 희열을 화장실 앞에서 느꼈습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법정스님 동안거 해제법문
-“냄새나던 변소 앞도 생각 바꾸니 도량돼”
20년전 본지 창간특집위해 인도 방문한 경험 예로들어
글=김한수기자 hansu@chosun.com
사진=오종찬객원기자 ojc1979@chosun.com
입력 : 2007.03.05 02:07
“진정한 도량(道場․불도를 공부하고 수행하는 곳)은 특정 장소가 아닙니다.
도량은 곧은 마음, 직심(直心)이고 늘 깨어있는 상태입니다.
좌청룡, 우백호 갖춘 명당에 있어도 직심이 없으면 진정한 도량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서있는 이 자리 곧 집안, 가정, 학교, 직장이 도량이 돼야 합니다.”
법정 스님이 4일 오전 서울 성북동 길상사(주지 덕조 스님)에서 열린 동안거 (冬安居․음력 10월 보름부터 이듬해 정월 대보름까지 석 달간 참선하는 집중수행기간) 해제 법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가운데 열린 이날 법회에서 법정 스님은
“흔히 기도가 잘 되는 곳은 따로 있다고 장소에 집착하고 착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정 스님은 “20년쯤 전 조선일보 창간특집과 관련, 인도를 처음 방문했을 때의 경험”이라며 일화 한 가지를
소개했다.
인도를 성지순례하면서 밤기차를 타게 됐는데 표는 샀지만 자리는 커녕 통로에까지 빈틈없이 사람들이 눕고, 앉아 있었다.
겨우 한 자리 발견한 곳이 바로 변소 앞.
“밤이 되니 사람들이 쉬지 않고 화장실을 다녔고, 그때마다 냄새와 용변 보는 소리 때문에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왜 이 고생을 해야 하나’ 회의가 들고, 화도 치밀었습니다.”
법정 스님은 그러나 자정 무렵 “생각이 바뀌었다”고 털어 놓았다.
“내가 단순 관광객이 아니지 않나? 나는 순례자다. 그 옛날 구법자(求法者)들은 이런 기차도 없이 오로지 두 발로 험악한 열사(熱砂)를 건너오지 않았는가?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똑같은 인간이, 더구나 수행자가 저들과
같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님은
“그런 생각이 떠오르자 정신이 번쩍 들면서 노기와 불만이 사라졌고 여행 중 그날 밤 어느 성지(聖地)에서도 느낄 수
없는 선열(禪悅), 즉 선의 기쁨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며
“그때 그 변소 앞이 내 도량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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