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한시 감상

금슬-이상은(李商隱)

qhrwk 2024. 8. 1. 07:33

 

 

<감상1>-오세주

1,2구를 보자
錦瑟無端五十弦(금슬무단오십현) : 아름다운 비파 줄이 까닭 없이 오십 줄인가
一弦一柱思華年(일현일주사화년) : 현 하나 발하나에 꽃다운 시절 생각한다.

이 부분은 시의 발단 부분이다.
여기서 비파는 무엇이고, 비파 줄은 무엇일까
그렇다, 아마도 비파는 <작자 자신>이고, 비파 줄은 <자신의 감성>이다

작가는 인생을 느끼는 다양한 감성 코드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 하나하나가 자신을 자극하는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여 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부의 자극의 범주가 비파 줄의 숫자(五十弦)가 될 것이다.
그리고 비파줄 하나하는 <자신의 감성 코드>가 될 것이다.

비파에서는 현마다 소리가 다르고, 기둥의 위치에 따라 소리가 다르다.
<감성이 예민한 젊은 날>을 그는 <화려한 시절>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은 화려한 꽃무늬 장식을 한 비단처럼,
꽃무늬 장식을 한, 좋은 소리를 내는 비파(錦瑟)로 표현한다.

이러한 점은 그 자신이 훌륭한 시인임을 자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은 인생을 느끼고, 또 느낀 대로 노래하는 좋은 악기로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특히 젊은 시절 감정의 폭풍을 경험한 것 같다
그래서 그는 2구에서,
현 하나 발 하나에 젊은 시절이 생각난다(一弦一柱思華年)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는 자신은 젊은 시절 많은 감정의 폭풍을 경험하고
그러한 것을 모두 시로 옮겼음을 말함으로써 시를 시작하고 있다.

3,4구를 보자
莊生曉夢迷蝴蝶(장생효몽미호접) : 장주는 아침 꿈에서 호랑나비가 되어 미혹했고
望帝春心托杜鵑(망제춘심탁두견) : 망제는 애달픈 춘심을 두견에 부치었다.

여기서는 젊은 시절 자신이 연주했던 삶의 음악들을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것은 젊음의 꿈이기도 했고, 그 꿈의 대가로 지불한 고통이기도 했다.


먼저, 3 구에서는
장자의 나비 꿈을 이야기 인용했다.
즉, 그가 젊어서는 도교적인 사상에 심취해
낭만적 사고와 행동을 했던 것을 말하고 있다.

낭만은 젊음의 특권이고 순수한 영혼의 울림이다.
탐욕과 이해타산의 세상,
특히 확고한 틀에 의해서 움직이는 기성의 사회에서
풍부한 감성을 가진 작자가 살아가기에는 갈등과 좌절도 많았으리라.

그래서 그는 어쩔 수 없이 현실의 고통을 초극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장생처럼 짧은 꿈을 꿀 수밖에 없었고(莊生曉夢),
그러한 자유로운 꿈을 꾼 죄로, 현실에서는 세상 그물에 걸려들었다.(迷蝴蝶)

다음으로 4구에서는,
촉 나라 망제가 신하의 부인과 사랑에 빠져 두견새가 된 전설을 인용했다.
여기서 망제의 춘심이란 초나라 망제가 부하의 아내를 사랑한 사련(邪戀)을 말한다.

황제의 처지에서, 부하의 아내와 사랑에 빠진 연애 사건은
하나의 사련이기는 하지만 인간의 마음속에 숨어있는 애욕일 수 있다.
황제(望帝)는 자신의 일이 밝혀짐으로써, 부끄러워 차라리 새가 되어(杜鵑)
자신의 다하지 못한 사랑(春心)을 노래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순수한 사랑을 버리지 못하는 인간의 복합 감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 사실은 이상은의 전기적 사실이 밑받침이 되고 있다
당시 사회에서는 더욱 어려웠을 선택을 했다.
현실의 불리한 처지에서도, 순수한 사랑을 선택하는 낭만적 행동을 보인다.
그는 반대당의 여자를 아내로 선택했다. 이로 인하여
자기의 당인들의 의혹과 냉소 속에 불우한 생애를 보냈다.

작가는 초나라 망제를 자신의 젊은 시절과 동일시함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작가는 사랑 때문에 피를 토해 우는 두견새로써 자신의 처지를 표현하고 있다.

5,6 구절을 보자
滄海月明珠有淚(창해월명주유루) : 푸른 바다에 달빛 밝으니 흘리는 눈물 진주 되고
藍田日暖玉生煙(람전일난옥생연) : 남전 땅 날 더우면 옥돌에서 연기 피어올랐다.


여기서는
작가 자신의 재주가 탐욕스런 기성세력에 의해 좌절되어,
짙푸른 바다와 깊은 산속에 버려지고 유폐된 채로
세상에 드러나지 못하고 사장된 고통을 표현한다.
그러나 그러한 고통 속에서 생산된 작품은
언젠가는 인간 세상에 향기를 풍길 것이라는 자부심을 보여준다.

5구에서는
달 밝은 밤에 더욱 외로워 눈물 흘리는 바다 속 인어의 전설을 인용했다.
이상은의 현실은 사실 바다 속 생활이었다.
현실에서 불리한 사랑을 선택함으로써 정치의 일선에서 밀려나 불우하게 산 그는
깊은 물 속에 사는 외로운 인어와 같은 처지였다.

짙푸른 바다 속(滄海) 인어가 달이 밝으면(月明) 더욱 외로워져 눈물을 흘리고
그 눈물(淚)이 너무나 맑고 순수하고, 또 눈물을 흘리는 세월이 너무나 많아서
그것이 쌓이고 쌓여서 하나의 영롱한 결정체, 즉 진주(珠)가 되었다는 전설이다.

그러나 그가 사랑을 위해서 흘리는 남모르는 눈물은 순수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눈물이 진주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즉 자신의 주옥같은 작품으로 승화되었다는 자부심을 나타내고 있다.

다음으로 6구에서는
옥의 명산지인 섬서성 남전현(藍田)에서는 날이 더워지면(日暖)
옥돌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玉生煙)는 이야기를 인용했다.

이는 옥처럼 고귀한 인재들이 현실 권력자에게 어려움을 당해 부서져도
인재들의 재주는 자연히 옥의 향기를 뿜는다고 말함으로써
자신의 작품을 부서진 옥에서 나오는 옥의 향기나 먼지로 보았다.

현실의 고통과 갈등 속에서 생산되어 세상에 나온 자신의 작품이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세상에 아름답게 피어오를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역시 자신의 현실의 고난과 핍박에서 생산된 자신의 작품에 대하여
장래에 향기를 풍기리라는 자부심을 보여준다.

7,8구절을 보자
此情可待成追憶(차정가대성추억) : 이러한 마음들 세월 기다려 추억이 될 수 있었지만
只是當時已惘然(지시당시이망연) : 다만 당시에는 이것들로 너무 마음 아팠었다.


여기서는,
이러한 낭만적인 젊은 시절의 자신의 낭만적 행동.
그로인해 겪게 되는 많은 갈등과 핍박과 고뇌.
그러한 고뇌에서 생산된 자신의 작품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표현된다.

먼저 7구절에서
곧 이러한 시절의 섬세한 낭만적 감정(此情)이
오랜 인생을 겪어오면서(可待),
하나의 가치 있는 추억이 될 수 있었다(成追憶).

그것은 그러한 좌절과 고통의 기간 중에 분비된 자신의 시가
오랜 세월을 지나는 동안, 더할 수 없이 가치 있는 것이 되었다는 판단이다.
지나온 자기 인생에 대한 새로운 가치인식과 평가는
인생에 대한 종합적 달관에서 가능했다.

어쩌면 늙은이에게서는 결코 기대할 수 없는
순수한 인간만이 경험하고 생산할 수 있는 값진 것이 되었다는 것이다.
현실의 삶에만 급급한 평범한 사람에게서는 꿈도 꿀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의 젊은 시절의 낭만과 그에 따른 고통 그리고 그것을 표현한 시들은
차라리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낭만적 행위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이상하게만 여기는 평범한 사람이나
자신을 핍박하던 악착같은 사람들이
평생을 누리고 붙잡은 것의 결과는
늙어빠진 몸과 곧 닥칠지도 모른다는 죽음의 그림자에 대한 두려움만 보인다.

8구절을 보자
그러나 순수한 젊은 시절의 여러 낭만적인 일들이
오랜 연륜(年輪)에 의한 종합적 판단력이 생기기 전(已)의 젊을 때는
당시(當時)의 낭만적인 일이 나의 일처럼 여겨지고, 사실처럼 여겨져서
나의 마음을 움직여, 실망하여 망연해하기도(惘然) 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결국, 이 시는 자신의 젊은 시절의 낭만과 유미적 시의 창작이 당시에는 고통과 핍박과 소외를 주었지만, 세월이 지나 연륜(年輪)을 지닌 지금의 시점에서는
그 하나하나의 낭만적인 일들이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이며
그러한 처지에서 분비된 작품들이 진주와 같이 가치 있는 것들이라는 자부심을 보여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자신의 평생의 삶에 대해 스스로 쓴 평전(評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