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한시 감상

이백 월하독작 (月下獨酌) 달아래 혼술/ 두보 登高

qhrwk 2024. 8. 8. 07:27

이백 월하독작 (月下獨酌) 달아래 혼술  
                                          / 두보 登高   

 
달 아래 홀로 술을 마시다
                               /이준식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하늘이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주성이란 별이 하늘에 없었겠고,
 땅이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면/땅에도 분명 주천이란 지명은 없었으리.
 천지가 다 술을 사랑했으니/술 좋아하는 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
. 청주는 성인에 비견된다 들었고/탁주는 현자와 같다고들 말하지.
 성인 현자가 다 술을 마셨거늘/굳이 신선을 찾을 필요 있으랴.
술 석 잔에 대도와 통하고/술 한 말이면 자연과 합일되지.
술에서만 얻는 이 즐거움,/깨어 있는 이들에겐 알리지 말지어다



. (天若不愛酒, 酒星不在天. 地若不愛酒, 地應無酒泉. 天地旣愛酒,
 愛酒不愧天. 已聞淸比聖, 復道濁如賢. 賢聖旣已飮, 何必求神仙.
 三杯通大道, 一斗合自然. 但得酒中趣, 勿爲醒者傳.)
 ―‘월하독작(月下獨酌)’, (이백·李白·701∼762)

 


술은 한시의 영원한 주제.
음주시의 대표 주자라면 단연 이백을 꼽을 만하다.
“자고로 성현들은 다 적막하지만
 술 마신 자만이 그 이름을 남겼노라”고 했던 이백.
 두보는 그를 “술 한 말 마시는 동안 시 백 수를 지었고,
 술집에 곯아떨어져 황제가 불러도 나 몰라라 했던
주중선(酒中仙·술을 마시고 세상일을 잊어버리고 사는 사람)”
이라 불렀다.


이 시는 한 애주가의 지독한 음주 찬가다.
 예나 지금이나 기쁘건 슬프건, 설령 일 없이 무료할지라도
 주당의 음주 핑계는 막무가내다.
그런 핑계를 이백이 나서 논리적으로(?) 방증한다.
 하늘과 땅, 성현, 대도의 통달과 자연합일 등을 동원해
 애주의 정당성을 뒷받침한다.



 청탁 불문의 근거를 성인, 현자에게서 찾은 건 애교요,
 술 없이 사는 이들에게 ‘취중의 즐거움’을 비밀로 하라는
 훈계는 순진한 선동이다.



이 시는 정치적 곤경에 처해 있던 40대 초반에 지었다.
 따라서 취중의 즐거움이란 것도, 또 성현과 신선을 끌어들인 것도
 기실 내면의 울적함을 취기로 달래보려는 일종의 자기 마취다.



 술은 불우한 시인을 마취시키기도 하지만
술 없는 삶이란 또 얼마나 삭막했으랴.
이 시는 4수로 된 연작시 가운데 제2수다.


이준식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당나라 시인 이백은 술(酒)에 빠져 ‘
술 속의 팔선(八仙)’으로 불렸고
월하독작 (달아래에 홀로 술을 마시며. )
이라는 제목으로 모두 4수의 시를 지었다.


其一
 
​花間一壺酒 [화간일호주: 꽃밭 가운데 술 한 항아리 놓고]
​獨酌無相親 [독작무상친: 대작할 이 없으니 홀로 마시네]
擧盃邀明月 [거배요명월: 잔을 들어 밝은 달을 불러오고]
​對影成三人 [대영성삼인: 그림자와 더불어 셋을 이루었네]
​月旣不解飮 [월기불해음: 달은 본시 술을 마실 줄 모르고]
​影徒隨我身 [영도수아신: 그림자는 내 몸 따라 움직일 따름이지만]
​暫伴月將影 [잠반월장영: 그런대로 잠시 달과 그림자 데리고]
​行樂須及春 [행락수급춘: 이 봄이 가기 전에 즐겨나 보세]
​我歌月徘廻 [아가월배회: 내가 노래하면 달은 서성이고]
​我舞影零亂 [아무영영난: 춤추면 그림자는 소리 없이 나를 따른다]
​醒時同交歡 [성시동교환: 깨어선 함께 즐기지만]
​醉後各分散 [취후각분산: 취한 후에는 저마다 흩어지겠지]
​永結無情遊 [영결무정유: 우리의 우정 영원히 맺어]
​相期邈雲漢 [상기막운한: 먼 훗날 은하수 너머 저 편에서 만나보세]

1.
꽃 아래 술 한병 놓고 홀로 마시며
서로 친한 이 없네.
잔을 들어 밝은 달 맞이하니
그림자 더해 세사람 이루네 

달은 본래 술 마실 줄 모르고
그림자는 그저 내 흉내만 내지만
잠시 달과 그림자를 벗하여
봄날을 마음껏 즐겨보리라.

노래를 부르면 달은 흔들리고
내가 춤을 추면 그림자 어지럽네..
취하기 전엔 함께 즐기지만
취한 뒤에는 각기 흩어지리니,
정에 얽매이지 않는 사귐 길이 맺어
아득한 은하에서 다시 만나기를…



​其二

天若不愛酒 [천약부애주: 하늘이 만일 술을 즐기지 않으면]
​酒星不在天 [주성부재천: 어찌 하늘에 주성이 있으며]
​地若不愛酒 [지야부애주: 땅이 또한 술을 즐기지 않으면]
​地應無酒泉 [지응무주천: 어찌 땅에 주천이 있으리요]
​天地旣愛酒 [천지기애주: 천지가 하냥 술을 즐기었거늘]
​愛酒不愧天 [애주부괴천: 애주를 어찌 부끄러워하리]
​已聞淸比聖 [이문청비성: 옛말에 청주는 성인과 같고]
​復道濁如賢 [복도탁여현: 탁주는 현인과 같다고 하였네]
​賢聖旣已飮 [현성기이음: 성현도 이미 마시었던 것을]
​何必求神仙 [하필구신선: 헛되이 신선을 찾을 거 없다]
​三杯通大道 [삼배통대도: 석 잔이면 대도에 통할 수 있고]
​一斗合自然 [일두합자연: 한 말이면 자연과 하나되는 것이라]
​但得酒中趣 [단득주중취: 다만 술에 취하여 얻는 즐거움을]
​勿爲醒者傳 [물위성자전: 깨어 있는 이들에게 전할 거 없네]


2.​
만약 하늘이 술을 즐기지 않았다면
하늘에 어찌 주성이 있으며
땅이 또한 술을 즐기지 않으면
땅에 응당 주천이 없었겠지
 
천지가 이미 술을 사랑했으니
내가 술을 사랑한들 하늘에 부끄러움이 없다
이미 청주는 성인에 비유하고
또 이르기를 탁주는 현인과 같다 하였네
 
성현을 내 이미 마셨나니
어찌 헛되이 신선을 구할 것인가
석잔 술은 大道에 통하고
한말 술은 自然에 합하거니
모두 취하여 얻는 즐거움을
깨인 사람에게 이르지 말라
오직 술 먹는 자만 취흥을 알 터이니,
깨어 있는 자에게는 전하지 말지어다



​其三
 
​三月咸陽城 [삼월함양성: 춘삼월 함양성은]
​千花晝如錦 [천화주여금: 온갖 꽃이 비단을 펴 놓은 듯]
​誰能春獨愁 [수능춘독수: 뉘라서 봄날 수심 떨칠 수 있으랴]
​對此徑須飮 [대차경수음: 이럴 땐 술을 마시는게 최고지]
​窮通與修短 [궁통여수단: 곤궁함 영달함과 수명의 장단은]
​造化夙所稟 [조화숙소품: 태어날때 이미 다 정해진 거야]
​一樽齊死生 [일준제사생: 한 통 술에 삶과 죽음이 같아 보이니]
​萬事固難審 [만사고난심: 세상 일 구절구절 알 거 뭐 있나]
​醉後失天地 [취후실천지: 취하면 세상천지 다 잊어버리고]
​兀然就孤枕 [올연취고침: 홀로 베개 베고 잠이나 자는 거]
​不知有吾身 [부지유오신: 내 몸이 있음도 알지 못하니]
​此樂最爲甚 [차낙최위심: 이게 바로 최고의 즐거움이야]

 3.
 삼월 함양성에
수많은 꽃이 대낮에 비단과 같네.
이 좋은 봄날에 누가 홀로 근심하리오
풍경을 마주하며 술을 마시네

   수명의 길고 짧음은
   자연의 조화이고
   한 잔 술에 삶과 죽음이 엇갈리니
   세상일은 판단하기 어렵구나

   취한 뒤에는 천지도 잊고
   홀로 잠이 들어
   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니
   이런 즐거움이 최고로구나



​其四
 
​窮愁千萬端 [궁수천만단: 근심걱정은 천만가지요]
​美酒三百杯 [미주삼백배: 아름다운 술은 삼백잔이라]
​愁多酒雖少 [수다주수소: 수심은 많고 술은 적지만]
​酒傾愁不來 [주경수부래: 술잔을 기울이면 근심은 오질 않네]
​所以知酒聖 [소이지주성: 이런 까닭에 술을 성인에 견줌을 아노니]
​酒感心自開 [주감심자개: 술을 마시면 마음이 절로 열린다]
​辭粟臥首陽 [사속와수양: 백이는 수양 골짝에서 살다 죽었고]
​屢空飢顔回 [누공기안회: 청렴하다던 안회는 늘 배가 고팠지]
​當代不樂飮 [당대부낙음: 당대에 술이나 즐길 일이지]
​虛名安用哉 [허명안용재: 이름 그것 부질없이 남겨 무엇해]
​蟹誤卽金液 [해오즉금액: 게 조개 안주는 신선약이고]
​糟丘是蓬萊 [조구시봉래: 술 지게미 언덕은 곧 봉래산이라]
​且須飮美酒 [차수음미주: 좋은 술 실컷 퍼 마시고서]
​乘月醉高臺 [승월취고대: 누대에서 취하여 달에 올라 볼거나]

4.
궁핍으로 인한 근심은 천만가지이고
좋은 술은 삼백 잔,
수심은 많고 술은 비록 적지만
마신 뒤에는 수심이 사라지네.

그래서 주성이란 뜻 알겠네,
얼근히 취하면 마음이 절로 열리네.
수양산에서 곡기를 끊었던 백이숙제나
어려운 처지에 굶주렸던 안회는
당대에 술이나 즐기기 않고
헛된 이름 남기어 어디에 쓰려했나.

게와 조개 안주는 신선약이고
 술지게미 언덕은 봉래산이라네.
모름지기 좋은 술 마시고
달빛 타고 올라 누대에서 취해 보련다.


이백은 자는 태백(太白). 호는 청련거사(靑蓮居士).
두보(杜甫)와 함께 ‘이두(李杜)’로 병칭되는 중국의 대표 시인으로,
 시선(詩仙)이라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