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한시 감상

번화했던 지난 일도 헛된 것이 돼버린 채

qhrwk 2025. 5. 25. 07:14

 

번화했던 지난 일도 헛된 것이 돼버린 채

繁華往事已成空
번화왕사이성공
번화했던 지난 일도 헛된 것이 돼버린 채

舞館歌臺野草中
무관가대야초중
춤추던 집과 노래하던 무대 풀 속에 묻혔는데

惟有斷橋名善竹
유유단교명선죽
오직 남아 있는 잘린 다리 그 이름 선죽교

半千王業一文忠
반천왕업일문충
반 천년의 왕조 업적, 한 신하 문충공뿐이구나.

 

 

 

 사육신의 한 사람이었던 이개(李塏:1417~1456)가 개성 선죽교에서 고려왕조 500년의 
 역사를 회고하면서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1337~1392)의 충절을 읊은 시이다. 
 번화했던 왕조의 수도였던 개성의 풍경들이 몰락한 왕조의 폐허가 되어 그야말로 황성옛터의 
 헛된 회포만 가슴에 서린다. 

 

 

 한 때 연회를 베풀고 춤을 추던 집이나 노래하던 무대들이 모두 허물어져 잡초 속에 묻혀버렸다. 
 고려왕조를 지키려다 피살되었던 정몽주의 넋이 어린 선죽교도 한 쪽이 무너진 채 남아 있다.
정몽주를 문충공(文忠公)이라 불렀다. 문신의 충신이란 뜻도 함께 가지고 있는 말이다. 
단종에게 충성을 맹서하던 사육신의 입장에서는 고려 충신 정몽주가 충절의 대명사가 되어 
본받고 싶은 제1의 인물이었을 법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