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한시 감상

꿈결에 부르는 사모곡-꿈을 기록하다(記夢)

qhrwk 2025. 10. 9. 07:11

※ 명대(明代) 화가 심주(沈周)의 <滄浪濯足圖>

꿈결에 부르는 사모곡-꿈을 기록하다(記夢)

夜夢丁見阿孃 
야몽정녕견아양
오늘밤 꿈에서 정녕 어머니를 뵈니

顔貌鬢髮宛如常
안모빈발완여상
얼굴 모습이며 살쩍이며 머리카락이 생전과 같았다

枕母之膝請獵虱
침모지슬청렵슬
그 무릎을 베고선 이를 잡아 달라 하고는

偃卧戲笑如兒嬰
언와희소여아영
어렸을 때처럼 누워서 장난치며 웃었다

阿母撫頂梳髮語
아모무정소발어
어머니가 머리를 쓰다듬고는 빗질을 해주며 말씀하셨다

短髮疎踈虱何生
단발소소슬하생
“머리가 짧고 듬성한데 이가 어디서 생겼지?”

指爪微有獵虱聲
지조미유렵슬성
손톱으로 꾹꾹 이 잡는 소리가 작게 나자

頭無癢處頭爲輕
두무양처두위경
머리가 가려운 곳 없이 개운해졌다

枕膝怡然仍就睡
침슬이연잉취수
무릎을 벤 채 기분이 좋아 그대로 스르르 잠이 드니

秖信身臥阿孃傍
지신신와아양방
내가 어머니 곁에 누워 있는 게 믿어진다

嗚呼安得長如今夜夢
오호안득장여금야몽
아아, 어이하면 오래도록 오늘밤 꿈과 같을 수 있을까

覺來淚痕濕繩床
교래루흔습승상
깨고 나니 접이 의자에 눈물이 방울져 있구나  

- 신국빈(申國賓, 1724∼1799), 『태을암집(太乙菴集)』권1 「시(詩)」

 

해설
신국빈이 74세가 되는 1797년에, 돌아가신 어머니 꿈을 꾸고 지은 시이다.
그의 어머니 벽진 이씨(碧珍李氏)가 별세한 때는 정확하지 않다. 

그런데 그가 1772년 사위인 이준상(李駿祥)에게 보낸 편지에 노모가 무더위 속에서 

심한 학질을 네 차례나 앓은 나머지 원기가 다 빠져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 같다는 

내용이 있고, 1781년 조영진(趙英鎭)에게 보낸 편지에 모친상을 종전에 당했다는 

언급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사이일것으로 추정된다.

오랜만에 뵌 어머니의 모습은 생전이나 다름없었다. 산 사람은 나이를 먹으니 그 흔적이
고스란히 얼굴에 남지만 죽은 사람은 나이를 먹지 않으니 늙지 않는다. 

그러하기에 시인은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이미 일흔을 넘긴 자신의 나이도 잊은 채 

어릴 때처럼 어머니의 무릎에 머리를 부비며 어리광을 부린다.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려고

 70세의 나이에 색동옷을 입고 재롱을 부린 옛사람의 일이 있거니와, 부모님이, 

특히 어머니가 아니라면할 수 없는 일이리라.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자신의 자식을 전공한 전문가이다. 자신의 뱃속에 품고 있을 때부터 

어떻게 하면 자식이 편안해 하는지를 늘 간절히 연구하고 공부해서 알아내고야 만다. 

꿈속의 어머니도 마찬가지이다. 연로해서 짧고 듬성한 아들의 머리를 보며 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걱정하고는 이내 이를 잡아 준다. 아들은 어머니만이 줄 수 있는 이 한없는 편안함을

느끼며 그제야 비로소 그토록 그리워했던 어머니의 존재를 실감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그리운 사람을 꿈에서라도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하지만, 꼭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현실인 줄 알고 한없이 기뻐하다가 꿈에서 깨고 난 때의 그 절망감을 아는가? 

희망이 절망으로, 기쁨이 슬픔으로, 웃음이 울음으로, 충만함이 공허함으로, 반가움이 서운함으로 

바뀌는 그 기막힌 순간을 시인도 맞이하게 된다.

어머니를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는 이유는 그 분이라는 사람 자체에 대한 그리움도 있지만, 

온전히 나만 생각해주는 사람이 험난한 이 세상에 더 이상 없어서인 것 같다. 

그래서 어쩌면 하늘까지는 들리지 않을 사모곡을 이 세상의 수많은 어미 잃은 사람들이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글쓴이 : 강만문(姜萬文), 한국고전번역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