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이 그토록 아름다운 것인 줄은 ♣
꽃이 그토록 아름다운 것인 줄은 그때까지 정말 알지 못했다.
가까이 서기조차 조심스러운, 애처롭도록 연약한 꽃잎이며
안개가 서린 듯 몽롱한 잎새, 그리고 환상적인 그 줄기가 나를 온통 사로잡았다.
아름다움이란 떨림이요 기쁨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이때부터 누가 무슨 꽃이 가장 아름답더냐고 간혹 소녀적인
물음을 해오면 언하에 양귀비꽃이라고 대답을 한다.
이 대답처럼 분명하고 자신만만한 확답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절절한 체험이었기 때문이다.
하필 마약의 꽃이냐고 핀잔을 받으면,아름다움에는 마력이 따르는
법이라고 응수를 한다.
이런 이야기를 우리 장미꽃이 들으면 섭섭해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그 해 여름 아침 비로소 찾아낸 아름다움이었다.
그렇다하더라도 내게는 오늘 아침에 문을 연 장미꽃이
그 많은 꽃 가운데 하나일 수 없다.
꽃가게 같은 데 피어 있을 그런 장미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 꽃에는 내 손길과 마음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생 텍쥐페리의 표현을 빌린다면, 내가 내 장미꽃을 위해 보낸 시간 때문에
내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하게 된 것이다.
그건 내가 물을 주어 기른 꽃이니까,
내가 벌레를 잡아준 그 장미꽃이니까.
흙 속에 묻힌 한 줄기 나무에서 빛깔과 향기를 지닌 꽃이 피어난다는 것은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사건이야말로,
이 '순수한 모순'이야말로 나의 왕국에서는
호외號外 감이 되고도 남을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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