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법정)

법정과 김 추기경, 종교벽 넘은 교류 '감동'

qhrwk 2022. 1. 9. 11:11

법정과 김 추기경, 종교벽 넘은 교류 '감동'

 

 
법정(法頂·78)스님이 11일 입적했다.
지난해 2월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데 이어 또 한명의 종교계 거목이 별세하자 허전함과
안타까움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우리 사회에 '어른'으로 존경받아온 두 종교인은 생전 종교의 벽을 허물고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 큰 감동을 안겼다.
김수환 추기경은 1997년 12월14일 법정스님이 창건한 길상사 개원법회에 김 추기경이 방문해 축사했다.
이에대한 화답으로 법정스님은 이듬해 명동성당에서 특별강론을 하기도 했다.

98년 2월24일 명동성당 연단에 선 법정스님은 "김추기경의 넓은 도량에 보답하기 위해 찾아왔다"며 "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신 ‘인연’과 ‘천주님의 뜻’에 감사한다"고 말문을 열어 신도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김 추기경이 선종하자 법정스님은 한 매체에 추모사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를 기고하기도 했다.
이 글에서 "가슴이 먹먹하고 망연자실해졌다"며 길상사 개원에 자신의 초청을 받아들였던 일을 추억했다.

"첫 만남의 자리에서도 농담과 유머로써 종교간의 벽, 개인간의 거리를 금방 허물어뜨렸다.
그 인간애와 감사함이 늘 내 마음속에 일렁이고 있다.
그리고 또 어느 해인가는 부처님오신날이 되었는데, 소식도 없이 갑자기 절 마당 안으로 걸어 들어오셨다.
나와 나란히 앉아 연등 아래서 함께 음악회를 즐기기도 했었다"고 회고했다.
또 "인간의 추구는 영적인 온전함에 있다. 우리가 늘 기도하고 참회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깨어지고 부서진 영혼을 다시 온전한 하나로 회복시키는 것, 그것이 종교의 역할이다"며 수도자로서의 공감을 표시했다.

법정스님을 이 글 말미에
"지금 김수환 추기경님은 우리 곁을 떠나셨지만 우리들 마음속에서는 오래도록 살아 계실 것이다.
위대한 존재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썼다.
법정스님은 천주교 수녀원과 수도원에서도 자주 강연했고, 길상사 마당의 관음보살상 제작을 독실한 천주교신자
조각가인 최종태 전 서울대교수에게 맡기기도 했다.
그때문에 성모마리아를 닮은 관음보살이 탄생했다는 후문이다.

 

 

맑고향기롭게는 네티즌들이 가려 뽑은 스님의 주요 어록을 공개하며 스님을 추모했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홀로일 수밖에 없는 존재다.

홀로 사는 사람들은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살려고 한다.

홀로 있다는 것은 물들지 않고 순진무구하고 자유롭고 전체적이고 부서지지 않음이다

--'홀로 사는 즐거움' 중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이 어디 있는가. 모두가 한때일 뿐.

그러나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

-'버리고 떠나기' 중

▲내 소망은 단순하게 사는 일이다.

그리고 평범하게 사는 일이다.

느낌과 의지대로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그 누구도, 내 삶을 대신해서 살아줄 수 없다.

나는 나답게 살고 싶다.

- '오두막 편지' 중

▲빈 마음, 그것을 무심이라고 한다.

빈 마음이 곧 우리들의 본마음이다.

무엇인가 채워져 있으면 본마음이 아니다.

텅 비우고 있어야 거기 울림이 있다.

울림이 있어야 삶이 신선하고 활기 있는 것이다.

- '물소리 바람소리' 중

▲나는 누구인가.

스스로 물으라.

자신의 속얼굴이 드러나 보일 때까지 묻고 묻고 물어야 한다.

건성으로 묻지 말고 목소리 속의 목소리로 귀 속의 귀에 대고 간절하게 물어야 한다.

해답은 그 물음 속에 있다

- '산에는 꽃이 피네' 중

▲우리 곁에서 꽃이 피어난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생명의 신비인가.

곱고 향기로운 우주가 문을 열고 있는 것이다.

잠잠하던 숲에서 새들이 맑은 목청으로 노래하는 것은 우리들 삶에 물기를 보태주는 가락이다.

- '산방한담' 중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전 존재를 기울여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면 이 다음에는

더욱 많은 이웃들을 사랑할 수 있다.

다음 순간은 지금 이 순간에서 태어나기 때문이다.

지금이 바로 이때이지 시절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 '봄여름가을겨울' 중

▲길상사가 가난한 절이 되었으면 합니다.

요즘은 어떤 절이나 교회를 물을 것 없이 신앙인의 분수를 망각한 채 호사스럽게 치장하고 흥청거리는

것이 이 시대의 유행처럼 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풍요 속에서는 사람이 병들기 쉽지만 맑은 가난은 우리에게 마음의 평화를 이루게 하고

올바른 정신을 지니게 합니다.

이 길상사가 가난한 절이면서 맑고 향기로운 도량이 되었으면 합니다.

불자들만이 아니라 누구나 부담 없이 드나들면서 마음의 평안과 삶의 지례를 나눌 수 있었으면 합니다.

 

-1997년 12월14일 '길상사 창건 법문' 중

lovelypsych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