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
절기로 오늘이 하지다. 여름철 안거도 어느새 절반이 되었구나.
어제 오늘 아주 버브게 살았다는 생각이 어제오늘 든다.
모처럼 산거의 한적한 시간을 되착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제 밤에는 오램만에 별밭에 눈길을 보냈고, 어지럽게 날아 다니는 반디불이도 보았다.
그토록 머리 무겁게 생각해 오던 방 뜯어 고치는 일을 감행했다.
이 궁벽한 산중에서 방을 뜯어 고치는 일은 여간 힌들고 머리 무거운 일이 아니다.
미친 바람이 불어 오면 굴뚝으러 나가는 연기보다 아궁이로 내 뿜는 연기가 더 많을 정도로 불이 들이지 않았다.
아랫목은 발을 디딜 수 없을 만큼 프라이팬처럼 뜨거워도 윗목은 냉랭하고 슴해서 집을 비워두면 곰팡이가
슬었다.
이번에는 아예 아궁이와 굴뚝의 위치를 바꾸고 방구들을 다시 놓았다.
다행히 불이 잘 들이고 방이 고르게 덥다.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서 성실한 일꾼과 나는 온돌방의 묘리를 터득하게 된 것이다.
진정한 배움은 이론을 통해서가 아니라 몸소 겪는 체험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리고 몇차레의 실패를 겪으면서 구조적인 원리와 확신에 이룰 수 있다.
이런 일은 비단 방 고치는 일만이 아니라 인간사 전반에 걸쳐 해당 될 것이다.
실패가 없으면 안로 눈이 열리기 어렵다.
실패와 좌절을 거치면서 새 길을 찾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전 생애의 과정에서 볼 때 한때의 실패와 좌절은 새로운 도약과 전진을 가져오기 위해 딛고 일어서야
할 디딤돌이다.
몇칠전에 도배를 마쳤는데, 아직 빈방인체 그대로 있다. 방석이나 경상 다구등 아무것도 들여 놓지 않았다.
나는 이 빈방의 상태가 좋다. 거치적거릴 것 없는 빈 공간이 넉넉해서 좋다.
얼마쯤의 불편과 아쉬움이 오히려 즐길 만하다. 물론 언제까지 빈방으로 살수는 없겠지만, 할수 있는 한 그 기간을
자꾸만 연장하고 싶다.
내 이야기는 그만하고 이제는 그쪽 이야기를 듣고 싶다.
집 짓는 일은 어느 정도 진척이 되었는지, 이엉은 덮었는지 궁금하다.장마철이 오기전에 지붕을 덮어 놓아야 나머지
일은그안에서 진행 할 수 있다.
나 같으면 벌써 일을 마쳤을덴데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니 그 저력이 대단하구나.
상랑을 한지도 벌써 달포가 지났는데 두칸 방 집을 짓는그 진행이 너무 더디다.
물론 날씨와 그럴만한 현장의 사정이 있을 줄 안다.
일을 하면서도 즐겁게 해야 그 일의 결과도 좋다.
그러나 내가 우려하는 것은, 자원봉사 명분으로 불러다 쓰는 공양주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의 은혜와 신세를
그렇게 오랫동안 져도 좋을까 하는 생각이다.
시은을 많이 입게 되면 그 타성에 젖어 정진이 소홀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방 두칸 지으면서 얼마나 많은 인력과 재력과 시간을 들이고 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상랑문에서도 언급한바 있듯이, 나는 그 두칸 흙집이 진정한 수행자의 거처가 되길 바란다.
야유몽자 불입 구무설자 당주 밤에 꿈이 있는자 들어가지 못하고,입에 혀가 없는 자만이 머물를 수 있다.
밤에 꿈이 많은 자는 그만큼 망상과 번뇌가 많다.
수행자는 가진 것이 적듯이 생각도 질박하고 단순해야 한다.
따라서 밤에 꿈이 없어야 한다.
또 수행자는 말이 없는 사람이다.
말이 많은 사람은 생각이 밖으로 흩어져 안으로 여물 기화가 없다.
침묵의 미덕이 몸에 배야 한다.
나는 그 두칸 흙집 자체가 질박하고 단순한 수행자의 수행자의 모습이기를 바란다
오늘날 우리는 편리한 문명의 연장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것을 잃고 있는지 생각해 보라.
넘치는 물량을 받아 쓰느라고 순간순간 수행자의 덕이 소멸되어 간다는 사실을 똑 바로 보라.
이 기회에 몇 가지 당부의 말을 전하고 싶다.
하나, 그 수행자의 집에는 아예 전기를 끌어 들이지 말아라. 전기가 들어 가면 곁들여 따라 들어가는 가전제품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전화도 필요 없어야 한다.
편리함만을 따르면 사람이 약아빠진다.
불편함을 이겨 나가는 것이 곧 도닦는 일임을 알아라.
둘, 수도를 끊여 들이지 말아라.수도가 들어 가면 먹고 마시는 일이 따라 가고 자연히 사람들이 모여들게 된다.
마실물은 바로 지척에 있는 암자의 샘에서 물병으로 길어다 쓰면 될 일이다.
그 집에는 차 이외에 마실것도 두지 말아라.
찻잔은 세개를 넘지 않아야 한다.
많으면 그 집에 어울리지 않고 소란스러워 차의 정신인 청적에 어긋난다.
셋, 그 수행자의 거처를 '서전'이라고 읾지은 것은 위치가 암자의 서쪽에 있다는 뜻도 되지만,부처님과 조사들의
청정한 규범인 서래가풍을 상징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 수행자의 집에는 여성들의 출입을 금해야 한다.
넷, 그 수행자의 집에 거처 하는 사람은 반드시 새벽 3시에 일어나야 하고 밤 열시 전에는 눕지 말아라.
새벽 예불은 수도 생활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과이므로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잔소리가 길어졌구나.
그러나 요즘에는 이런 잔소리 하는 사람도 점점 사라져 가는 새태다.
여러가지 불비한 여건 아래서 집짓느라 고생한 공덕은,그 집을 의지해 정진하는 수행자에게 두고두고
회향 될 것이다.
집 짓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나도 일찍부터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이상에 당부한 사항을 지키는 수행자라면 우리는 한 부처님의 제자로 같은 길을 가는 길벗이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스승과 제자 사이라 할 지라도 뜻은 십만 팔천리가 될 것이다.
끝으로 옛사람의 말을 안으로 새기면서 이 사연을 마친다.
"입안에 말이 적고, 마음에 일이 적고, 배속에 밥이 적어야 한다.
이 세가지 적은 것이 있으면 신선도 될 수 있다."
처음 세속의 집을 등지고 출가할 때의 그 첫 마음을 언제까지나 잊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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