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상속자인가, 재물의 상속자인가 / 법정스님◈
다시 내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반년 만에 산으로 돌아오니, 개울물 소리와 둘레의 진달래가 옛정을 되살리는 것 같다.
평생 산을 의지해 살아온 처지라 산으로 돌아오니 물을 만난 고기처럼 생기가 돌고 마음이 편하다.
그동안 추위를 피해서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주로 바다 가까이서 지내게 되었다.
바다는 처음은 산뜻하고 훤칠해서 좋지만, 한참 지내다 보면 이내 무료하다.
그리고 바다는 예측할 수 없이 변화무쌍하다.
그러나 산은 담담하다.
담담한 그 가운데 한결같은 신뢰가 있다.
그래서 든든하다.
사람의 일도 이와 같아서 바다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산 같은 사람이 있다.
내일모레가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이다. 오랜만에 부처님 이야기를 해볼까.
초기 경전에 보면 후기 대승 경전과는 달리 불타 석가모니의 인간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중아함경 구법경(求法經)》에는 이런 대목이 실려 있다.
스승은 어느 날 제자들을 모아 놓고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수행자들이여, 그대들은 내 법의 상속자가 되어야 한다. 재물의 상속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만약 그대들이 내 법의
상속자가 되지 않고 재물의 상속자가 된다면 그대들은 세상으로부터 호된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나도 또한 이 일로 인해서 비난받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정신을 차려 내 법의 상속자가 되어야 한다.
결코, 재물의 상속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2천5백 년 전에 한 그때의 설법이 마치 오늘의 불자들을 향해 외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오늘날의 불자들은 출가, 재가를 가릴 것 없이 법의 상속자이기보다는 세속적인 재물의 상속자가 되고자 하는 그런
현실 상황이다.
모두가 경제 타령의 물결에 휩쓸려 이것저것 차지하고 번쩍거리면서 살고자 한다.
진정으로 사람다운 사람이고자 하는 소원은 지극히 드물다.
법의 상속자가 되려면 어떤 결의를 지녀야 하는지다음과 같은 비유로 이 경전은 이어진다.
“두 사람의 수행자가 배가 고파 다가왔다고 하자. 나는 이때 그들에게,
‘나는 밥을 빌어 방금 먹을 만큼 먹고 그 여분이 남았다. 그대들이 원한다면 그 음식을 먹어도 좋다.’
이때 한 수행자는 생각하기를
‘스승은 이 여분의 음식을 먹어도 좋다고 하시지만 스승은 항상 말씀하시기를 내 법의 상속자가 되어야지 재물의
상속자가 되지 말라고 하셨다.이 음식도 하나의 재물이니 먹어서는 안 된다.’
그는 굶주림을 참고 그 밤을 지냈다. 다른 한 수행자는 스승께서 남은 음식이니 먹어도 좋다고 하셨으니 그는 그 음식을
먹고 공복을 달래어 그 밤을 잘 지냈다고 하자.
수행자들이여, 이 두 수행자 중에서 어느 쪽이 존경받을 만한가.
한 사람은 주림을 면하고 하룻밤을 잘 지냈다.
그러나 참으로 존경받고 칭찬받을 사람은 앞서 말한 수행자의 경우다.
왜냐하면, 그는 하룻밤 굶주리면서 지냈지만 이 일은 그에게 소욕(少慾) 지족(知足) 정진의한 씨앗을 심은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대들은 내 법의 상속자가 되어야지 재물의 상속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부처님 오신 날의 ‘거울’에 한번 비쳐 보자.
당신은 법의 상속자인가, 재물의 상속자인가?
-산방한담(山房閑談) 월간 맑고 향기롭게 2009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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