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 거사님께 / 법정 스님◈
행복의 첫째 비결은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는 것입니다.
행복을 거창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각자 자기 몫의 삶이 있는데 남과 비교하니까 기가 죽고, 불행해지고,시기심과 질투심이 생깁니다.
어떤 개인이라도 그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독립된 존재입니다.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입니다.
둘째, 행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사람은 행복해집니다.
누가 무슨 소리를 하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은 좋은 일입니다.
개체를 뛰어넘어 전체와 연결될 수 있으면 좋은 일입니다.
셋째, 행복은 집과 채소밭을 갖는 것입니다.
채소밭을 갖고 흙을 가까이하며 살아 있는 생명을 가꾼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자신의 땅은 아니지만, 공터에 채소를 가꾸는 사람이 더러 있습니다.
무척 좋은 일입니다.
경험한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자기가 뿌린 씨앗에서 싹이 트고, 떡잎이 나와 펼쳐지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주부들도 아파트 베란다에 상추나 쑥갓 등의 채소를 얼마든지 길러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늘 보살펴야 하니까 부지런해지고, 자연에 대한 고마움과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신비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닳아져 가는 우리 마음을 소생시키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넷째, 행복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쓸모 있는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한 개인의 삶은 다른 사람에게 유용해야 하며,서로가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에 갇힌 짐승처럼 사는 그런 삶을 살아서는 안 됩니다.
사람이기 때문에 관계 속에서 한몫을 하는 것입니다.
다섯째, 행복은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에 달려 있습니다.
같은 장미꽃을 바라볼 때 어떤 이는 '왜 이렇게 아름다운 장미에 가시가 돋아 있나?', 하고 불만스럽게 생각할 수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가시에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 달려 있네.' 하며
고맙게 여길 수도 있습니다.
여섯째,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입니다.
나 자신만의 행복은 근원적으로 있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 나눌 때 행복은 몇 배로 깊어지고 넓어집니다.
그가 수첩에 적어 놓은 행복의 비결은 이 밖에도 더 있지만, 장황한 것 같아서 하나만 더 소개하겠습니다.
이 사람이 한번은 아프리카에서 친구의 초대를 받았다가 노상에서 강도를 만나 차를 빼앗깁니다.
강도들은 의사 일행을 지하실에 가두고 어떻게 처리할까 옥신각신합니다.
그런데 강도의 우두머리가 의사의 몸을 수색하다가 주머니에서 의사가 적은 쪽지를 보고 의사 일행을 풀어 줍니다.
거기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행복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하나의 기적입니다.
우리는 늘 많은 시간 속에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느끼지 못합니다.
살아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놀라운 가능성입니다.
의사는 여행을 마무리하며 처음 만난 노스님을 다시 찾아갑니다.
노스님은 의사를 데리고 말없이 산길을 걷습니다.
의사는 자신이 지금까지 겪어 온 어떤 것보다 새로운 배움을 그곳에서 얻게 됩니다.
우리는 침묵 속에서 주어진 자연의 고요를 통해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는 복잡한 분별에서 벗어나 세상의 아름다움을 아무 사심 없이 무심히 바라볼 시간을 갖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임을 느낍니다.
노스님은 그와 작별하며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깁니다.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에 이룰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것입니다.”
행복은 은퇴하고 자식들 키워 다 결혼시킨 이후, 나이 들어 시골에 집이라도 한 채 마련한 다음에 오는 것이 아닙니다.
내일 일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이는 우리 각자에게 다 해당되는 일입니다.
사람들은 행복을 찾아 항상 지나온 과거나 미래 쪽으로 달려갑니다.
‘왕년에 이렇게 잘 살았는데…….’또는 ‘이다음에 어떻게 살 것인가?’ 등등 현재에서 벗어나 늘 지나가 버린 과거와
다가올 미래 쪽으로만 관심을 기울입니다.
과거를 묻지 마십시오. 이미 지나가 버린 세월이란 뜻입니다.
그것은 전생의 일입니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살아 있는 곳은 이 순간 이 자리입니다.
지금 이 순간의 현장을 회피하지 마십시오.
이 순간을 회피하면 자기 존재가 사라집니다.
늘 불확실한 미래 쪽으로 눈을 팔기 때문에, 현재의 자신을 불행하게 만듭니다.
행복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현재의 선택입니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하기로 선택한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습니다.
사람은 행복하게 살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참으로 인간답게 산다면 지구의 종말도 늦출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온전하고 바르게 살지 못하니까 이런 불안한 시대를 겪는 것입니다.
한 눈팔지 말고 똑바로 살아야 합니다.
두루 행복하십시오.
-산방한담(山房閑談) 월간 맑고 향기롭게 201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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