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법정)

산 방 한 담(山房閑談)-구산 사형(九山 師兄)님께

qhrwk 2022. 8. 29. 10:27

◈산방한담(山房閑談)-구산 사형(九山 師兄)님께 / 법정 스님 ◈


구산 사형(九山 師兄)님께
법체(法体) 청안(靑安)하시옵니까.

사중(寺中) 도난 사건으로 얼마나 염려가 많으신지요.
진즉 찾아가 뵈옵고 위로의 말씀드리려 했는데 이곳 사중(寺中)의 종불사와 제 개인 일로 결례(缺禮)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보조(普照)스님 원불을 찾게 되어 마음 놓입니다.

형상(形象)으로 된 물건을 보물이라 해서 세상에서는 야단이지만
본분(本分) 상(上)으로 볼 때 뭐 그리 대단한 것이 되겠습니까.
불사에 쓰이던 일상용품(日常用品)을 해묵은 것이라 해서 보물로 다루고 있는 세상사가 가소롭기까지 합니다.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의 도리를 세속의 관리들도 인식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일로 해서 대중(大衆)이 많이 흩어졌다니 유감스런 일입니다.
도량(道場)을 이룰 큰일을 두고 볼 때 이번 일은 조그만 시련(試鍊)에 지나지 않습니다.

달리 생각 마시고 선대(先代)로부터 이어 받은 도량을 수호해 주시기 바랍니다.
스님 문집(文集) 원고는 손질을 끝냈습니다.
겨를이 나시면 상단 법문을 사형(師兄)님께서 교열해 주십시오.
이만 줄입니다.

十一월 九일 法 頂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