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법정)

무소유(無所有)/영혼의 모음(母音) - 어린 왕자에게 보내는 편지3.

qhrwk 2022. 2. 15. 06:49


♣어린 왕자에게 보내는 편지 3.♣

어린왕자!
너는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꽃인 줄 알았다가, 그 꽃과 같은 많은 장미를 보고 실망한 나머지
풀밭에 엎드려 울었었지?
그때 여우가 나타나 ‘길들인다’는 말을 가르쳐 주었어.
그건 너무 잊혀진 말이라고 하면서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라고.
길들이기 전에는 서로가 아직은 몇 천 몇 만의 흔해빠진 비슷한 존재에 불과하여 아쉽거나
그립지도 않지만,일단 길을 들이게 되면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가 되고
만다는 거야.

“네가 나를 길들이면 내 생활은 해가 돋은 것처럼 환해질 거야.
난 어느 발소리하고도 다른 발소리를 알게 될 거다.
네 발자국 소리는 음악이 되어 나를 굴 밖으로 불려낼 거야.”
그리고 여우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밀밭이, 어린 왕자의 머리가 금빛이라는 이 한 가지
사실 때문에, 황금빛이 감도는 밀을 보면 그리워지고 밀밭을 지나가는 바람 소리가 좋아질 거라고 했다.

그토록 절절한 ‘관계’가 오늘의 인간 촌락에서는 퇴색해 버렸다.
서로를 이해와 타산으로 이용하려 들거든. 정말 각박한 세상이다.
나와 너의 관계가 없어지고 만 거야. ‘나’는 나고 ‘너’는
너로 끊어지고 말았어.
이와 같이 뿔뿔이 흩어져버렸기 때문에 나와 너는 더욱 외로워질 수밖에
없는 거야. 인간관계가 회복되려면, ‘나’, ‘너’사이에 ‘와’가 개재되어야 해.
그래야만 ‘우리’가 될 수 있어.

다시 네 동무인 여우의 목소리를 들어볼까.
“사람들은 이제 무얼 알 시간조차 없어지고 말았어.
다 만들어놓은 물건을 가게에서 사면 되니까.
하지만 친구를 팔아주는장사꾼이란 없으므로 사람들은 친구가 없게 됐단다.
친구가 갖고 시거든 날 길들여!”

길들인다는 뜻을 알아차린 어린 왕자 너는 네가 그 장미꽃을 위해 보낸 시간 때문에 네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하게 된 것임을 알고 이렇게 말한다.
“내 장미꽃 하나만으로 수천수만의 장미꽃을 당하고도 남아.
그건 내가 물을 준 꽃이니까.
내가 고깔을 씌워주고 병풍으로 바람을 막아준 꽃이니까.
내가 벌레를 잡아준 것이 그 장미꽃이었으니까.
그리고 원망하는 소리나 자랑하는 말이나 혹은 점잖게 있는 것까지라도
다 들어준 것이 그 꽃이었으니까. 그건 내 장미꽃이니까.”
그러면서 자기를 길들인 것에 대해서는 영원히 자기가 책임을 지게 되는 거라고 했다.

“너는 네 장미꽃에 대해서 책임이 있어!”“
사람들은 특급열차를 집어타지만, 무얼 찾아가는지를 몰라.”
그렇다. 현대인은 바쁘게 살고 있다.
시간에 쫓기고 일에 밀리고 돈에 추격당하면서도 정신없이 산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피로회복제를 마셔가며 그저 바쁘게만
뛰어다니려고 한다.

전혀 길들일 줄을 모른다.
그래서 한 정원에 몇 천 그루의 꽃을 가꾸면서도 자기네 들이 찾는 걸
거기서 얻어내지 못하고 있는 거다.
그것은 단 한 송이의 꽃이나 한 모금의 물에서도 얻어질 수 있는 것인데.
너는 또 이렇게 말했지.
“그저 아이들만이 자기네들이 찾는 게 무언지를 알고 있어.
아이들은 헝겊으로 만든 인형 하나 때문에도 시간을 허비하고,
그래서 그 인형이 아주 중요한 것이 돼버려. 그러니까 누가 그걸
뺏으면 우는 거야.........."

어린 왕자!
너는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더구나.
이 육신을 묵은 허물로 비유하면서 죽음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더구나.
생야일편부운기(生也一片浮雲起), 사야일편부운멸(死也一片浮雲滅),
삶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나는 것이요, 죽음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지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더라.
그렇다, 이 우주의 근원을 넘나드는 사람에겐 죽음 같은 게 아무것도 아니야.
죽음도 삶의 한 과정이니까.

어린 왕자,
너의 실체는 그 묵은 허물 같은 것이 아닐 거야.
그건 낡은 옷이니까. 옷이 낡으면 새 옷으로
갈아입듯이 우리들의 육신도 그럴 거다. 그리고 네가 살던 별나라로 돌아가려면
사실 그 몸뚱이를 가지고 가기에는 거추장스러울 거다.
“그건 내버린 묵은 허물 같을 거야. 묵은 허물, 그건 슬프지 않아. 이봐 아저씨, 그건 아득할 거야.
나두 별들을 쳐다볼래. 모든 별들이 녹슨 도르래 달린 우물이 될 거야.
모든 별들이 내게 물을 마시게 해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