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글

봄의 단상(斷想)

qhrwk 2022. 2. 17. 10:08

 

                
그래, 봄

꽃이 지는 동안에도
연달아 또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슬픈 일이 생겨도 웃을 일도 생긴다


웃다가도 문득 아린 설움에 몸서리를 친다
생떼 같은 목숨 사르고 돌아오는 길에
지는 꽃을 보고 눈물 지었으나
염치없이 배가 고파 꾸역꾸역 밥을 먹다가
아아, 소스라치게 내가 싫어
토할 뻔 한 적 있다


그러고서도 좁쌀만큼 쓸쓸히 웃다가
어느 날부터는 만시름 다 잊고서
목젖이 보이도록 웃고 살아간다


그런 것이 생이다
그래서 살아가는 것이다

 




봄의 단상(斷想)

꽃이 핀다고 봄인가
눈이 내린다고 겨울인가
얼음 속에서도 꽃은 피어나고
봄 한가운데서도 눈은 내린다

사랑한다고 다 행복한가
행복하지 않아도 감사한 사랑이 있고
상처를 품고도 즐거운 삶이 있다
봄은 스스로 꽃피우는 자의 것이다

감당할 만큼의 무게만 짐 지워지는 몫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지쳐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
내게 주어진 몫이 이만큼 크구나
깨닫는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다

고난이 깊을 수록 성취도 큰 이치
살아가면서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게 된다
아픔까지 감사하면서 크는 큰 나무가 된다

혼자 불행하고 혼자 다 짊어졌다던 멍에가
보석으로 반짝이는 시간이 있다
그 때가 언제인가 기다리지 않고
지금, 스스로 존귀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저 쉽게 피는 꽃은 없다
봄 들녘에 나가보면 찬란한
통증의 흔적 고통을 품고 태어난 진주가 빛나고 있다
아름답다는 것은 죽을 힘을 다해 일어서는 것이다


글 : 노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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