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2.산에는 꽃이 피네 - 산하 대지가 통곡한다
♣산하 대지가 통곡한다♣
이른 봄의 산과 들녘을 며칠 동안 떠돌아다니면서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들었다.
여기저기 다녀 본 느낌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우리 국토가 너무나 상처를 많이 입고 있다는 가슴 아픈 현실이다.
자연 그대로인 성한 곳은 별로 없고,
가는 데마다 허물어지고 파헤쳐져 신음하면서 앓고 있었다.
자연이란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지거나 바꾸어질 수 없는 존재의 본질을 말하는데,
그대로 있어야 할 본질이 말할 수 없는 상처를 입고 무너져 가고 있었다.
요즘 이 땅에서 자주 쓰이는 '무한경쟁 시대'니, "일류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한다." 거나
어떤 회사의 광고문처럼 "정복할 것인가 정복당할 것인가."
이런 비정하고 살벌한 말들이,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부추기는 데에 그치지 않고,
선량한 시민들의 정서에 불안과 위협을 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가 기대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는 당초부터 경쟁 체제이기 때문에 그와 같은 비정한
용어가 튀어나올 법도 하지만, 그 측면에 들어 있는 냉혹한 야만성도 함께 인식해야 한다.
인간의 착취와 존재의 상품화뿐 아니라, 모든 생산의 토대가 되어 있는 자연을
허물고 파괴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는 생산 체계 그 자체가 바로 자본주의의 야만성이다.
자연으로부터 물과 석탄과 석유, 철광석, 목재, 석회석 등 낱낱이 그 종류를
들출 것도 없이 무수한 자연자원을 끝도 없이 채취한다.
그러고 나서 환경을 오염시킨다. 이래서 자연은 날로 무너져 간다.
여기에 곁들여 우리들의 대량 소비 체계도 그 야만서을 한몫 거들고 있는 셈이다.
오늘날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지구 환경의 오염과 자연의 파괴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위한 제물이다.
이른바 서구식 개발의 신화가 불러들인 재앙이다.
무엇을 위한 개발이며,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를 거듭거듭 물어야 한다.
묻지 않고는 그 해답을 끌어낼 수 없다.
우리가 몸담아 살아온 이 땅을 '금수강산' 이라고 부른 적이 있었다.
비단에 수를 놓은 것 같은 아름다운 강산이란 뜻이다.
그러나 우리 시대에 와서 그 이름은 과거완료형이 되고 말았다.
쓰레기 종량제를 실시한 후 으슥한 산자락이나 강변에 몰래 내다 버리는
산업 폐기물이 부쩍 늘고 있는 것을 곳곳에서 목격하게 된다.
우리 사회의 추악한 한 모습이다.
누가 이 땅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가?
무엇을 위해 삼천리 금수강산을 상처투성이와 쓰레기 더미로 만들었는가?
'산천의구란 말 옛 시인의 허사로고'란 노래말이 오늘 이 땅의 어디를 가나
현실이 되어 있다. 안타깝고 안타까운 일이다.
자동차길을 새로 내거나 넓히기 위해 방방곡곡의 산과 들녘이 파헤쳐지고 있다.
이러다가는 전 국토가 자동차길로 덮이지 않을지 걱정이다.
차를 가진 사람이나 갖지 않은 사람 할 것 없이, 교통수단을 자동차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모두가 결과적으로 국토를 파괴한 공범자라는 생각이 든다.
찻길을 내지 않을 수 없는 현실적인 상황이라 할지라도, 긴 안목으로 심사숙고하여
인간의 영원한 어머니인 자연에 피해를 최소화하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으 강산은 청정한 국토였는데, 우리 시대에 와서
이처럼 망쳐 놓았다는 것을 자책할 줄 알아야 한다.
또 한 가지 걱정거리가 있다.
바야흐로 지방화시대에 접어들면 우리 산천은 지금보다 몇 곱으로 허물어지고
파괴될 것이다. 지방 재정의 자립이라는 명목하에 더욱 많은 개발 붐을 타고,
산을 허물어 골프장이 수없이 들어설 것이고, 앞을 다투어 여기저기 저질
위락시설이 독버섯처럼 돋아날 것이다.
산과 들이 허물어지고 강물이 더럽혀져 식수원이 고갈되면 사람은 어떻게 변모될 것인가.
더 물을 것도 없이. 인간은 더욱 황폐화되고 사회는 날로 사막화될 것이다.
정신분열증 환자가 늘어날 것이고 범죄에 곁들여 파괴 충동과 자살도 증가할 것이다.
이런 현상을 전문가들은 자본주의의 정신 질환이라고 진단한다.
문민정부의 핵심 인물들은 불의에 밀려 불우했던 시절, 산을 오르면서 많은 것을
배웠을 줄 믿는다. 청정하고 평화로운 자연의 품에 기대어 울분을 달래고
미래를 설계하면서 인내의 덕과 경륜을 익혔을 것이다.
소리 없는 소리에 귀기울이던 그 귓속의 귀로, 오늘 우리 산하대지가 형편없이
허물어지고 파헤쳐져 통곡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산천도 하나의 생명체가 아닌가.
간악한 일제는 우리 민족의 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명산마다 쇠말뚝을 박았는데,
이제는 우리 손으로 우리 국토를 막잡이로 허물고 있는
이 무지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세계화를 국정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정부에서는 물량의 국제경쟁력에만
관심을 기울인 나머지 자칫 삶의 가치를 소홀히 하거나 삶의 터전인
자연을 개발이란 이름 아래 더 이상 학대하지 말았으면 한다.
자연의 질서와 조화를 무시하고 사람이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여
자연의 은덕에 보답하는 지혜를 펼쳤으면 한다.
우리는 다시 가난을 배워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분수 밖의 것에 탐욕을 부리지 않고 '자기 그릇'에 만족하며 꿋꿋하게 살던
그 맑은 가난의 정신이, 살벌하고 비정한 이 시대에 사람의 자리를 지켜 줄 것이다.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9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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