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한시 감상

‘가을비를 탄식하다.’(秋雨歎)

qhrwk 2025. 5. 22. 07:24

 

‘가을비를 탄식하다.’(秋雨歎)

雨中百花秋爛死
빗속에 온갖 풀들이 문드러져 죽는데

階下決明顔色鮮  
섬돌 아래 결명(決明)은 빛깔이 곱구나.

着葉滿枝翠羽蓋  
가지에 꽉 찬 잎은 공작 깃털처럼 뒤덮여 있고

開花無數黃金錢  
이가지 저가지 활짝 핀 꽃 황금 동전 같아라.

凉風蕭蕭吹汝急 
찬바람 쓸쓸히 네게 거세게 불어대니

恐汝後時難獨立 
네가 장차 홀로 서 있지 못할까 걱정스럽다.

堂上書生空白頭
마루에 있는 서생은 부질없이 머리만 희어져

臨風三嗅馨香泣
바람결에 향기 맡고 눈물 흘린다.

시성(詩聖)이라 일컬어지는 두보(杜甫)의 시에는 대부분 쓸쓸함과 진한 슬픔이 배여 있다. 
그만 큼 그의 한 생애가 불우했기 때문이다. ‘가을비를 탄식하다.’(秋雨歎)는 제목으로
되어 있는 이 시는 비가 그친 뒤 섬돌 밑에 있는 결명(決明:식물이름)을 보고 자신의
슬픔을 토로한 시이다.
‘마루에 있는 서생은 부질없이 머리만 희어져 바람결에 향기 맡고 눈물 흘린다.’는
 마지막 구절이 늙어가는 자신의 인생무상이 엄습하고 있는  처지가 거센 바람에
시달리고 있는 결명과 같다는 비유로 탄식을 하고 있다.

 

※ 청말근대 화가 오창석(吳昌碩)의 <종정삽화(鐘鼎揷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