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앉아’(夜坐)
夜久群動息
야구군동식
밤 깊어 온갖 움직임 쉬자
庭空皓月明
정공호월명
빈 뜰에 달이 환히 밝아온다.
方寸淸如洗
방촌청여세
마음 씻은 듯이 맑아지니
豁然見性情
활연견성정
활짝 본 마음이 드러나구나.
깊은 밤에 혼자 앉아 있다가 안으로 자기의 마음을 응시해본 시이다.
빈 뜰에 달이 밝아 오자 생각은 마음 속 깊이 심층을 뚫고 내려가 본다.
내 마음 안에서도 달빛이 비친다. 번뇌의 구름이 걷히고 심월(心月)이 솟아 마음속
구석구석을 다 비춰주는 것 같다.
사람에게는 평소에 잘 보이지 않던 숨은 마음 구석이 있다. 맑고 고요하고 깨끗하기
이를 데 없는 순백한 그 마음 이것이 본래의 참 마음이다. 이것을 인간다운 본래
마음이라 하여 성정(性情)이라 했다.
※ 명대 서화가 문징명(文徵明)의 <金山圖> (1522年作)
이 시는 조선조 후기의 여성학자 정일당(靜一堂) 강씨(姜氏: 1772~1822)가 지은 시이다.
제목은 ‘밤에 앉아’(夜坐)이다.
정일당은 여성으로 성리학자의 대열에 오른 사람이었다.
진주 출신으로 20살 때 6세의 연하 14세의 윤광연(尹光演)에게 시집가 남편과 함께
학문에 뜻을 두고 산 사람이다. 시문에 뛰어나고 서예에도 능했으나 알려지기를 좋아하지 않고
소박하게 숨어서 학문을 연마했다고 알려져 있다.
저서로 <정일당유고>가 남아 있다.
※ 명대(明代) 서화가 동기창(董其昌)의 <신주도(神洲圖)> (1627年作).
동기창은 그림에서 아래와 같이 제(題)하고 있다.
潤州城外小瀛洲 ?破長江万里流
윤주성 밖에 작은 영주
隔岸江塵飛不到 三三兩兩渡人舟
솟구치고 부서지며 장강은 만리를 흐르네
'고전 한시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개 안고 잠 못 드는 긴 밤이 싫은데 (0) | 2025.05.23 |
---|---|
‘가을비를 탄식하다.’(秋雨歎) (0) | 2025.05.22 |
정몽주의 국화시菊 花 詩 /鄭 夢 周 (0) | 2025.05.22 |
서울 와서 나그네로 떠도는 손이여 (0) | 2025.05.22 |
백우선(白羽扇) 부채를 부치기도 귀찮다 (1) | 2025.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