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3 30

고죽(孤竹)의 산장(山庄)을 찾아가서

고죽(孤竹)의 산장(山庄)을 찾아가서 累月抱癸曠여러 달 만나지 못했기에 及此喜相來오늘 기쁘게 찾아왔네. 田廬樹木下시골집은 나무 아래에 있고瓜蔓懸秋林 오이덩굴이 가을 숲에 걸려 있네. 主人固無恙주인은 참으로 탈 없이 지낸다면서貧蔓不瓔心 가난을 마음에 꺼리지 않고怡然坐庭草 즐거운 낯으로 정원의 풀에 앉아 爲我奏鳴琴나를 위해 거문고를 뜯어 주네. 琴盡卽還別거문고가 끝나면 다시 헤어져야 하니 恨恨恨彌襟슬프고 서러움만 가슴에 가득해라. 조선조의 유명한 시인 손곡(蓀谷) 이달(李達)이 같은 삼당시인(三唐詩人)이었던 친구고죽(孤竹) 최경창(崔慶昌)을 찾아가서 지은 시로 이달의 시 가운데 일품으로 치는 시이다. 오랜만에 치구를 찾아가 회포를 풀며 뜰에 앉아 친구가 뜯어주는 거문고를 감상하고헤어짐을 아쉬워 하며 슬퍼하는..

베개 안고 잠 못 드는 긴 밤이 싫은데

※ 청대(淸代) 화가 전유성(錢維城)의 手卷 (1742年作)베개 안고 잠 못 드는 긴 밤이 싫은데倦枕厭長夜권침염장야베개 안고 잠 못 드는 긴 밤이 싫은데小窓終未明소창종미명창문이 밝아지려면 아직 멀었나 보다.孤村一犬吠고촌일견폐적막한 마을에 개 한 마리 짖어대고殘月幾人行잔월기인행기울어진 달빛 아래 길을 가는 사람 있다.衰鬢久已白쇠빈구이백찌든 얼굴 귀밑머리 하야진지 오래인데旅懷空自淸여회공자청나그네 회포 비어지드니 마음이 맑아진다.荒園有絡緯황원유락위황량한 뜰에는 베짱이가 나왔구나虛織竟何成허직경하성헛되이 짜려한들 무엇을 짜겠느냐. ※ 석도(石濤)의 手卷 『법구경』에도 이런 말이 있다.“잠 못 이루는 자에게는 밤이 길고 피곤한 나그네에겐 갈 길이 멀다.”가을밤에 잠 못 이루는 심사를 읊어 놓은 이 시는 유명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