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采蓮曲 [채련곡] 연밥따는 노래 - 許蘭雪軒[허난설현]
秋淨長湖碧玉流
추정장호벽옥류
맑은 가을 긴 호수에 벽옥같은 물 흐르고
荷花深處係蘭舟
하화심처계란주
무성한 연꽃 속에 목란배를 매었다네
逢郞隔水投蓮子
봉랑격수투련자
임 만나 물 건너로 연밥을 던지다가
遙被人知半日羞
요피인지반일수
남의 눈에 띄었을까 반나절 무안했네
가을날 호수물은 쪽빛 하늘을 닮아 벽옥처럼 푸르다.
그 강물 위로 쪽닥배를 저어다. 연꽃이 가장 무성한 곳 아래 배를 묶는다.
연밥을 따기 위해서가 아니다. 임과 물가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과의 밀회 장면을 다른 사람들이 보아서는 곤란하겠기에,
무성한 연잎 속에 숨어 임이 오시기만을 기다린다.
마침내 저쪽에서 임은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나 있는 물가 쪽으로 걸어온다.
물가에 멈춰선다. 나를 찾지 못하는 그가 안타깝다.
그래서 연밥 하나를 따서 불쑥 임의 발치에 던졌다.
'저 여기 있어요'라고 말도 못하고 말이다.
그리고는 혹시 그 모습을 누가 보았을까봐 반 나절 동안이나
두 볼에서 붉은 빛이 가시지 않았다고 했다.
그녀가 던진 것이 '연자(蓮子)' 즉 연밥인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연자(蓮子)'는 '연자(憐子)', 즉 '그대를 사랑한다' 는 말과 발음이 같다.
따라서 그녀가 임의 발치에 던진 것은 단순히
'저 여기 있어요' 가 아니라 사실은 ' 당신을 사랑해요' 의 의미를 띤다.
이런 것을 한시에서는 쌍관의(雙關義)라고 한다.
그녀가 반나절 동안이나 양볼의 홍조가 가시지 않았던 것도따지고 보면 이런 사정
때문이었다. 수줍지만 대담한 남방 소녀들의 이러한 사랑 노래는
당시 조선의 독자들에게는 아주 낭만적인 이국정서를 불러 일으켰을 것이다.
사실 사랑하는 남녀가 부끄럽게 만나 사랑을 속삭이는 것은 얼마나 두근거리고
설레이는 일인가? 이것을 아름답게 여기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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