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한시 감상

초간일기(草澗日記) 1.

qhrwk 2025. 11. 13. 07:27

보물 제 879호

 

 

 

"나무와 돌은 풍우에도 오래 남고 가죽나무, 상수리나무는 예전처럼 아직 살아
저토록 무성한데 그대는 홀로 어느 곳으로 간단 말인가.
서러운 상복을 입고 그대 지키고 서 있으니 둘레가 이다지도 적막하여 마음 둘 곳이 없소.…

이제 그대는 상여에 실려 그림자도 없는 저승으로 떠나니 나는 남아 어찌 살리오.

상여소리 한 가락에 구곡간장 미어져서 길이 슬퍼할 말마저 잊었다오."

아내의 상을 치르면서 권문해가 지은 제문(祭文)이다.
자식 하나 남기지 않고 먼저 간 부인에 대한 절절하고 애틋한 정이 잘 드러나 있다.
조선 중기의 학자 권문해(權文海, 1534∼1591)가 쓴 초간일기에는 아내의 죽음 이후 날마다 울며 보내느라

일기 쓸 겨를이 없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보물 제879호로 지정된『초간일기』는 권벌의『충재일기』, 유희춘의
『미암일기』와 함께 소실된 임진왜란 이전의 사료를 보완하는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임진왜란 이전 관료의 자필 일기인 초간일기는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비교적 

상세히 적고 있어 이를 통해 당시 사대부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저자가 성균관, 대간, 승정원 등 중앙의 요직과 지방관을 지내면서 격은 직무수행에 관한 

여러 문제를 다루고 있어 조정에서 일어난 사건은 물론, 대간 및 지방 관아의 기능과 관리들의 생활이나 

당쟁관계인물 전반에 대해서도 살필 수 있다.

사대부들의 생활상

초간일기는 동료나 지구(知舊)들과 왕복수창(往復酬唱)한 시문이나 조야의 소차계(疎箚啓) 및 

왕의 전교(傳敎), 비답(批答) 등도 전재해 어느 일기보다 그 내용이 더욱 충실하다. 

선조 13년에 시작되는 이 일기는 선조 10년에 끝나는 미암일기와 공백이 있기는 하나, 시대가 연결된다는 

점에서도 그 사료가치가 한층 더하다

초간일기는 전 3책으로『선조일록』117장,『초간일기』90장,『신묘일기』3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선조 13년 경진(1580) 11월 20일에서 24년 신묘(1591) 10월 6일까지 약 10년간에 걸쳐 쓴 일기로 

갑신(1584) 8월부터 정해(1587) 6월까지와, 경인(1590) 4월7일부터 신묘(1591) 6월까지만 결기이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축일(逐日)로 기록하고 있다. 

이 일기는 산문 문학의 선구적 작품으로 쉽고 따뜻한 문장을 사용한 특징이 있다.

초간은 평소 아우에게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문헌이 없다. 그래서 선비들이 중국 역사에 대해선 마치

어제의 일같이 이야기하면서도,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수천 년 간의 역사를 모르기를 문자가 없던 옛날의

일처럼 아득하게 여긴다.

이는 눈앞의 물건도 보지 못하면서 천리 밖의 것을 주시하려는 것과 같다"고 하면서, 우리 역사의 새로운

집대성에 대해 강한 집념을 보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