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법정)

오두막에 들어와 살면서

qhrwk 2022. 1. 17. 11:22

 

오두막에 들어와 살면서

 


내가 이 오두막에 들어와 살면서 겪은 일들을 이제와 낱낱이 되돌아보면,

그 때 그 때 내 자신을 형성하는 데에 어떤 받침이 되었다고 여겨진다.

진정한 수행이 무엇인지를 몸소 겪으면서 자신을 다스려온 것이다.
안으로 살피는 일이 없었다면 나는 벌써 이곳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갔을 것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오두막 살림살이의 밝은 면만을 알렸기 때문에

 내 거처를 마치 무릉도원처럼 여기는 이들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 사는 곳은 도시건 산중이건 어디나 마찬가지다.


그런 사람들이 사는 그런 곳에서는 그런 일들이 있게 마련이다.
우리가 몸담아 사는 이 세상이 천국이 아니라 참고 견디면서
살아야 하는 ‘사바세계’라는 사실을 안다면
어디서나 참고 견뎌야 할 일들이 있다.


내가 볼일로 가끔 밖에 나가 있는 동안 어떤 ‘손’이 문 자물쇠 구멍에
쇠붙이를 박아 망가뜨려 놓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 대여섯

 번이나 되풀이되었다.

 
그 때마다 줄톱을 사다가 망가진 열쇠를 잘라내고 새것으로 갈아야 했다.
이런 경우 한두 번은 화가 났지만 이 오두막에 남이 보아 탐날만한
물건이 있음을 알고 참고 견뎌야 했다.


그 ‘손’은 도둑이 아니라 심보가 뒤틀려 심술을 부리는 녀석이다.
한 번은 취사용으로 미리 구해다 놓은 몇 통의 엘피지 가스를

잠금장치를 풀어 모조리 새나가게 했다.


그전에 이 오두막에 살던 분에게서 들은 말인데, 개울에 놓인

다리 한 쪽을 망가뜨려 놓은 것을 모르고 건너다가
넘어져 크게 다친 일도 있었다 한다.


또 한때는 맞은 편 개울 건너에 움막을 지어 수십 마리 도사견을

사육하여 개 짖는 소리로 나를 괴롭혔다.
싯다르타의 수행시절 악마들의 방해를 생각하며 참고 참아야 했다.


이렇듯 심술을 부리는 녀석은 산 너머 사는 50대의 건달인데

성장과정부터순탄치 않아 동네 사람들이 다 꺼린다.
말하자면 인간말종인 녀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