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법정)

큰 마음 1.

qhrwk 2022. 5. 20. 12:06

♣큰마음1.♣

며칠 전 이른 아침에 도예가인 윤광조님이 찾아왔었다.
큰 절에서 자고 일찍 올라왔었다.산길에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으면서 오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나무처럼 살면 얼마나 좋을까.’

그 말이 내 마음에 꽂혀 하루 종일 나무에 대해서 생각을 했었다.
그 나무처럼 아무 욕심 없이 묵묵히 서서, 새싹을 틔우고 잎을 펼치고 열매를 맺고그러다가

때가 오면 훨훨 벗어버리고 빈 몸으로 겨울 하늘 아래 당당하게 서 있는 나무.


새들이 날아와 팔이나 품에 안겨도 그저 무심할 수 있고, 폭풍우가 휘몰아쳐 가지 하나쯤 꺾여도 끄떡없는 요지부동.
곁에서 꽃을 피우는 화목이 있어 나비와 벌들이 찾아가는 것을 볼지라도 시샘할 줄 모르는 의연하고 담담한 나무.
한여름이면 발치에 서늘한 그늘을 드리워 지나가는 나그네들을 쉬어가게
하면서도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는 음덕을 지닌 나무…….
이렇게 생각하니 ‘나무보살’이란 말이 절로 새어나왔다.

사람을 대할 때 동물성형과 식물성형으로 분류하여 관찰한 적이 있었다.
물론 내 나름의 편견이지만, 이러한 분류를 한동안 견지한 적이 있었다.
너무 약삭빠르고 탐욕스럽고 극성스러우며,몸에 좋다고 하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게걸스럽게

마구 먹어대면서도 일 년 내내 손에 책 한 권 읽으려고 하지 않는 골빈 사람들.손님이 찾아가도

속옷 바람으로 대하고, 말씨가 거칠고 무례하며, 남의 말은 귓등으로 듣고 자기 말만 끝도 없이
늘어놓는 사람들.

남의 불행을 자기 행복의 척도로 삼으려는 그런 사람들을 대하면 나는 슬그머니 자리를 비켜주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들이 들이쉬고 내쉬는 공기를 네 호흡기로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지금은 내 스스로가 편해지고 싶어서 그런 분별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지만, 서슬이 푸른 치기 어린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나무처럼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것저것 복잡한 분별없이 단순하고 담박하고 무심히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낙엽귀근落葉歸根, 잎이 지면 뿌리로 돌아간다.

나무들이 걸쳤던 옷을 훨훨 벗어버리고 알몸으로 서 있는 낙목한천落木寒天 아래서 우리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그런 계절,올 한 해가 또 사라져간다.

우리에게 허락된 세월이 손에 쥔 모래알처럼 술술 빠져나간다.
이 한 해를 나는 나무처럼 살지 못했구나 싶은 후회가 뒤따르고 있다.
안이한 일상적인 타성에 젖어 하는 일 없이 귀중한 시간을 낭비해 버린 초라한 나를 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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