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법정)

맑고 향기롭게 5.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라-직립 보행

qhrwk 2022. 7. 2. 11:02

 

♣직립보행 ♣ 

오늘은 좀 볼일이 있어 세상 바람을 쐬고 돌아왔다. 

산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래야 백사십리 밖에 있는 광주시, 늘 그렇듯이 세상은 시끄러움과 먼지를 일의키며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우체국에서 볼 일을 마치고, 나온 김에 시장에 들러 찬거리를 좀 사고,눈속에서 신을 털신도 한켤레 골랐다.

그리고 화장품 가게가 눈에 띄길래 손 트는데 바르는 약도 하나 샀다.

돌아오는 길에는 차 시간이 맞지 않아 다른데로 가는 차를 타고 도중에 내려 삼십리 길을 걸어 왔다.

논밭이 텅 빈 들길을 휘적휘적 걸으니, 차속에서 찌뿌드드하던 머리가 말끔히 개어 상쾌하게 부풀어 올랐다.
걷는 것은 얼마나 자유스럽고 주체적인 행동인가.밝은 햇살을 온 몸에 받으며 상쾌한 공기를 마음껏 마시고 스적스적

활개를 치면서 걷는 다는 것은 참으로 유쾌한 일이다.

걷는 것은 어디에도 의존하지 않고 내가 내 힘으로 이동하는 일이다.
흥이 나면 휘바람도 불 수 있고, 산수가 아름다운 곳에 이르면 걸음을 멈추고 눈을 닦을 수도 있다.
길벗이 없어도 무방하리라.치수가 맞지않는 길벗은오히려 부담이 되니까. 좀 허전 하더라도 그것은 나그네의 체중

같은 것.혼자서 걷는 길이  생각에 몰임 할 수 있어 좋다.

살아온 자취를 되돌아 보고 알으로 넘어야 할 삶의 고개를 헤아린다.

인간이 사유하게 된것은 모르긴 하지만 걷는 일로부터 시작 되었을 것이다.
 한 곳에 멈추어 생각하면 맴돌거나 망상에 사로잡히기 쉽지만, 걸으면서 궁리를 하면 막힘없이 술술 풀려 깊이와

무게를 더할 수 있다.
칸트나 베토밴의 경우를 들출것도 없이, 위대한 철인이나 예술가들이 즐겨  산책 길에 나선 것도 따지고 보면 걷는 테서

창의력을 일깨울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언젠가 부터 우리들은 잃어 가고 있다.
이렇듯 당당한 직립 보행을,인간만이 누릴 수 있다는 그 의젓한 자세를 더 말할 나위도  없이 자동차라는 교통 수단이 

생기면서 우리들은 걸음을 조금씩 빼앗기고 말았다.
그리고 생각의 자유도  박탈당하기 시작했다.붐비는 차 안에서는 긴장을 풀 수 없기 때문에 생각을 제대로 펴 나갈 수 없다.

이름도 성도 알수 없는 몸뚱이들에게 떠밀려 둥둥 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운전기사와 안내양이 공모하여 노상 틀어대는 소음장치 때문에 우리는 머리를 비워 주어야 한다.

차가 내뿜는 매연의 독소는 말해봐야 잔소리이니 덮어 두기로 하지만, 편리한 교통수단이라는 게 이런 것인가.
편리한 만큼 우리는 귀중한무엇인가를 잃어 가고 있다.

삼십 리 길을 걸어오면서, 이 넓은 천지에 내 몸 하나 기댈 곳을 찾아 이렇게 걷고 있구나
싶으니 새나 짐승, 곤충들까지도 그 귀소의 길을 방해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도 저마다 기댈 곳을 찾아 부지런히 길을 가고 있을 데니까.

나는 오늘 차가 없어 걸어온 것을 고맙고 다행하게 생각한다.
내가 내 길을 내 발로 디디면서 모처럼 직립 보행을 할 수 있었다.
언젠가 읽어던 한 시인의 글이 생각난다.
"현대인은 자동차를 보자 한눈에 반해 그것과 결혼하였다. 그래서 영영 목가적인 세계로 돌아오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