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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편지 1. 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는가

1. 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는가 - 흙방을 만들며 올 봄에 흙방을 하나 만들었다. 지난해 가을 도자기를 빚는 이당거사利堂居士의 호의로 흙벽돌을 미리 마련해 두었다가 산골에 얼음이 풀리자 실어왔다. 4월 꼬박 방 한 칸 만드는 일에 골몰했다. 산 아래 20리 밖에 사는 성실한 일꾼 두 사람과 함께 일을 했다. 이전까지 나뭇광으로 쓰던 자리에다 방을 들였는데, 이번에는 아궁이를 기존의 방향과는 정반대로 자리를 잡았다. 새로 만든 방의 위치도 위치지만 어떤 바람에도 방 하나만은 군불을 지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나는 이곳에 와 살면서 거센 바람 때문에 군불을 지피는데 너무 애를 먹어왔기 때문이다. 내가 그동안에 겪어 온 경험과 두뇌회전이빠른 일꾼의 솜씨로 이번에 만든 방은 불이 제대로 들인다. 나는 당..

무소유(법정) 2022.01.17

숲 속의 이야기

숲 속의 이야기 아침부터 안개비가 내리고 있다. 내나무들이 고개를 드리우고, 간밤에 핀 달맞이꽃도 후줄근하게 젖어 있다. 이런 날은 극성스런 쇠찌르레기(새)도 울지 않고, 꾀꼬리며 밀화부리.뻐꾸기.산까치. 불새.휘파람새 소리도 뜸하다. 어제 해질녘, 비가 올 것 같아 장작과 잎나무를 좀 들였더니 내 몸도 뻐근하다. 오늘이 산중 절에서는 삭발 목욕날. 아랫절에 내려가 더운 물에 목욕을 하고 왔으면 싶은데, 내려갔다 올라오면 길섶의 이슬에 옷이 젖을 것이고 또 땀을 흘려야 할 걸 생각하니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솥에 물을 데워 우물가 욕실에서 끼얹고 말까보다. 숲속에서 살다보면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기분도 상쾌하여 사는 일 자체가 즐겁지만, 비가 오거나 바람이 거세게 부..

무소유(법정) 2022.01.17

오두막에 들어와 살면서

오두막에 들어와 살면서 내가 이 오두막에 들어와 살면서 겪은 일들을 이제와 낱낱이 되돌아보면, 그 때 그 때 내 자신을 형성하는 데에 어떤 받침이 되었다고 여겨진다. 진정한 수행이 무엇인지를 몸소 겪으면서 자신을 다스려온 것이다. 안으로 살피는 일이 없었다면 나는 벌써 이곳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갔을 것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오두막 살림살이의 밝은 면만을 알렸기 때문에 내 거처를 마치 무릉도원처럼 여기는 이들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 사는 곳은 도시건 산중이건 어디나 마찬가지다. 그런 사람들이 사는 그런 곳에서는 그런 일들이 있게 마련이다. 우리가 몸담아 사는 이 세상이 천국이 아니라 참고 견디면서 살아야 하는 ‘사바세계’라는 사실을 안다면 어디서나 참고 견뎌야 할 일들이 있다. 내가 볼일로 ..

무소유(법정) 2022.01.17

그곳에서 그렇게 살지 들 않는가

그곳에서 그렇게 살지들 않는가 자다가 비 지나가는 소리에 깨는 일이 잦다. 밤비 소리는 낮에 내리는 빗소리와는 또 다르다. 잠결에 들어서인지는 몰라도 귀가 아니라 가슴으로 들린다. 빗줄기 하나하나가 무슨 사연을 지닌 채 소곤소곤 내 안으로 스며드는 것 같다.밤을 스치고 지나가는 저 빗소리로 인해 숲은 조금씩 여위어 가고, 하늘은 구름을 떨치고 하루하루 높아간다. 날이 맑게 개어야 창을 바를 텐데, 궂은 날씨로 자꾸만 뒤로 미룬다. 바람기 없이 날씨가 화창한 날 창을 바르고 있으면 산중의 하루가 그지없이 풋풋하다. 이 산중에 들어와 산지 꼽아보니 어느덧 열두 해째가 된다. 세월 참 빠르네.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열 두 해째라니. 처음 이 오두막에 들어올 때는 무인지경에서 서너 철 살까 했는데 그렁저렁 지내다..

무소유(법정) 2022.01.17

어떤 몰 지 각자 (沒知覺者)의 노래

♣어떤 몰지각자 (沒知覺者)의 노래 ♣ 법정: 본지 편집위원/ (1975년1,2월호) - 1 - 나는 지금 다스림을 받고 있는 일부 몰지각한 자 대한민국 주민 3천5백만 다들 지각이 있는데 나는 지각을 잃은 한 사람. 그래서, 뻐스 안에서도 길거리에서 또한 주거지에서도 내 곁에는 노상 그림자 아닌 그림자가 따른다. 기관에서 고정배치된 네개의 사복 그 그림자들은 내가 어떤 동작을 하는지 스물네시간을 줄곧 엿본다. 이 절망의 도시에서 누구와 만나 어떤 빛깔의 말을 나누는지 뭘 먹고 뭘 배설하는지 그들은 곧잘 냄새를 맡는다. 나를 찾아온 선량한 내 이웃들을 불러 세워 검문하고 전화를 버젓이 가로채 듣는다. 그들은 둔갑술이라도 지녔는가 거죽은 비슷한 사람인데 새도 되고 쥐도 되어 낮과 밤의 동정을 살피니 - 2..

무소유(법정) 2022.01.17

무 소유 법정 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불일 암

불일암에서 송광사로 넘어가는 무소유 산길, 아직 덜 알려져 있어 호젓하기 그지없다 불일암은 원래 송광사 16국사 중 제7대 자정국사가 창건한 자정암 폐사 터에 법정스님이 1975년에 중건하여 편액을 걸었다. 스님은 이곳에 주석하면서 등 주옥같은 서적들을 집필했고 2011년 3월 11일 열반해 이곳에 잠들었다. 법당 옆 산에는 자정국사의 승탑이 단아하고 기품 있게 서 있다. 삶은 소유가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모두가 한때일 뿐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 그 순간순간이 아름다운 마무리이자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 - 법정 스님의 중에서 암자를 나왔다. 숲 사이로 어렴풋이 길의 흔적이 보였다. 군. 아니, 암자 앞마당이니 수행을..

무소유(법정) 2022.01.17

무 소유 법정 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불일 암

이렇게 아름다운 곳, 스님만 몰래 볼 심산이군! '무소유의 달' 12월엔 맑고 향기로운 불일암을 찾으세요 12.12.24 12:07l최종 업데이트 12.12.24 12:07l 김종길(jong5629) 겨울을 날 장작을 고이 쌓은 불일암 전경 우리가 흔히 인디언이라고 부르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달력을 만들 때 그들 주위에 있는 풍경의 변화나 마음의 움직임을 주제로 그 달의 명칭을 정했다. 그중 퐁카 족은 12월을 '무소유의 달'이라고 했다. 외부 세계를 바라봄과 동시에 내면을 응시하는 눈을 잃지 않았던 원주민들이 한 해를 돌아보며 12월을 대하는 마음가짐이었을 것이다. 아라파호 족이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라 부르는 11월에 송광사 불일암을 찾았다. '무소유'를 일갈했던 법정 스님의 흔적을 쫓음..

무소유(법정) 2022.01.17

인간의 삶은 소유가 아닌 누리는 것

인간의 삶은 소유가 아닌 누리는 것 사람들이 인생에서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물론 사람마다 다른 대답을 할 것이고,온갖 대답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간단히 말할 수 있는 한가지 공통점은 바로 " 원하는 것을 얻는 것 "이다. 사람들은 이 한가지 목표를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족을 찾지 못한 채 일생을 마친다. 설령 원하던 바를 얻은 사람이라고 해도 목표를 달성한 후에는 종종 방향을 잃고 실의에 빠진다. 이것이 대부분 사람들이 처해있는 인생의 어려움이다. 그것은 우리가 목표를 찾아 나서는 첫 마음이 "가지는 것" 이 아니라,"누리는 것" 이라는 사실을 잊기 때문이다. 소유는 우리의 최종적인 목표가 될 수 없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 추구한 바를 즐기며 맛보는 것이다. 그것이 인생..

향기로운 글 2022.01.17

삶에 아름다운 인연으로

삶에 아름다운 인연으로 그윽한 향기 인연은 언제나 흐르는 강물처럼 변함없는 모습으로 따뜻한 마음으로 맑고 순수한 인연으로 마음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하며 삶의 여정에 지치고 힘이 들 때 배려하고 위하는 마음으로 사랑과 정이 넘치는 우리들의 이야기로 우리 마음에 남겨지길 나는 소망하고 바랍니다 언제나 좋은 생각 푸른 마음으로 아픈 삶을 함께 하고 글이나 꼬리로 배려하고 위로 받으면서 맑고 향기로운 삶의 향내음 가득 내 마음 깊이 남겨지길 소망합니다 둘이 아닌 하나의 마음으로 우리 모두 가꾸면서 변치 않는 마음으로 서로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따뜻한 정 나누면서 그윽한 향기 우리 삶의 휴식처에서 언제나 함께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삶의 인연으로 영원히 남겨지길 소망합니다 -좋은 글 중에서-

향기로운 글 2022.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