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은 서서히 퍼지는 독 / 법정스님◈
세계 곳곳에서 경제와 개발의 논리로 자연이 말할 수 없이 파괴되고 소멸 되어 가고 있습니다.
자연이란 무엇입니까?
대지는 모든 생명체의 어머니입니다. 누구도 대지를 소유할 수 없습니다.
대지는 모든 생명체의 뿌리요, 어머니입니다.
이런 어머니를 그 자식들인 인간이마구잡이로 허물고 더럽히고 있습니다.
지구는 우리 인간과 마찬가지로 그 자체의 의지를 지닌 보다 높은 차원의 커다란 생명체입니다.
그런 까닭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할 때가 있고 병 들 때가 있습니다.
이 대지에 상처를 입히는 것이 곧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는 일임을 사람들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오늘날 전국의 병원마다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데 그 까닭을 알고 계십니까?
이런 현상은 우리들 자신이어머니인 대지를 병들게 한 그 보상입니다.
인간은 대지에서 나누어진 한 지체이기 때문입니다.
모체가 앓고 있는데, 그 지체가 어찌 성하겠습니까?
현대 과학 기술 문명의 문제점은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로 집약됩니다.
그리고 정보 과학 기술의 발전은전통적인 세계관을 허물고 문화의 혼란을 가져옵니다.
돈과 권력, 육체적 향락과 경제적 부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깁니다.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는 바로 이것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세상을 끝없이 시끄럽게 하고 짜증스럽게 하는 요인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의지해 살아가는 이 대지는 단순한 흙더미가 아닙니다.
흙과 식물과 동물이 서로 조화로운 순환을 통해서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원천입니다.
그렇기에 생태윤리가 절실히 요구되는 것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대지의 건강을 위해 자신의 의무를 깨닫고 실천하는 일이 절실합니다.
윤리는 말보다도 실천에 그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색다른 물건을 보면 거기에 현혹되어 충동적으로 사들이지 말아야 합니다.
충동구매에는 반드시 후회가 따릅니다.
그 물건이 지금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될 만큼 꼭 필요한 것인가를 거듭거듭 물어야 합니다.
편리하다고 해서 대형 할인매장에 가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거기에는 장바구니가 아니라 커다란 손수레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둘째, 우리가 자동차를 원하는 이유는 그 자체를 소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장소에 쾌적하고 쉽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값비싼 자동차를 보고 그의 사회적 신분이나 부를 생각하기보다는 그것이 일으키는 대기오염과 환경 파괴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배기량이 적은 차일수록 환경을 덜 오염시킵니다.
이것도 하나의 생태윤리입니다.
셋째, 광고에 속지 말아야 합니다.
소비주의를 부추기는 광고는 생태적 위협입니다.
광고를 대할 때 거기에 말려들지 말고제정신 차리고 멀리 내려다볼 수 있어야 합니다.
들여다보지 말고 내려다보아야 합니다.
들여다보면 거기에 빨려들기 쉽기 때문입니다.
캐나다는 해마다 1만7천 헥타르의 원시림을 엄청난 광고가 실리는 미국의 신문용지를 대기 위해 벌목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받아 보는 신문용지가 어디서 온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비슷비슷한 소식을 전하는, 밤낮 물고 뜯고 죽이고 사기 치는 소식을 지겹게 전하는
그런 신문은 하나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두세 개를 하나로 줄이는 것도 생태윤리의 실천입니다.
텔레비전 보는 시간도 줄여야 합니다.
귀중한 시간과 전력과 체력을 무가치한 일에 낭비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 앞에서 정신을 빼앗겨 가며 무능력하게 앉아 있는 일상적인 자신을 냉엄하게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넷째, 꼭 필요한 것만을 갖고 불필요한 것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도 생태윤리입니다.
온 세상이 대량소비, 대량폐기를 하면서 그렇게들 사는데, 몇 사람이 다른 방식으로 살아간다고 한들 세상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겠는가 하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영적인 차원에서는 세상의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실제로서로에게 영향을 끼치고 서로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한마음이 청정하면 온 우주가 청정해진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개개인이 자기 훈련과 자기 절제를 받아들이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이런 문제에는 어떤 해결책도 나올 수 없습니다.
우리가 건드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들의 삶은 그만큼 건강해집니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궁극적인 존재입니다.
당장에 편리하다고 해서 문명의 연장에 너무 의존하면그 문명의 연장으로부터 배반을 당하기 쉽습니다.
문명은 서서히 퍼지는 독약임을 거듭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문명에서 온 질병을 또 다른 문명으로는 결코 치유할 수 없습니다.
오직 자연만이 그 병을 고칠 수 있습니다.
문명의 해독제는 자연밖에 없습니다.
흙과 나무와 풀과 꽃, 새와 짐승들을 가까이하십시오.
구름과 별과 달과 바람과 이슬을 보고우주의 아름다움과 신비를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마음속에 깃들어 있는 자연스러움도 함께 일깨워야 합니다.
우리가 살 만큼 살다가 돌아가 의지할 곳이 어디인지 이따금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2003년 10월 4일 대구 맑고 향기롭게 초청 특별강연>
-산방한담(山房閑談) 월간 맑고 향기롭게 2009년 09월-

'무소유(법정)'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산 방 한 담(山房閑談)-곡선의 묘미 (0) | 2022.08.29 |
|---|---|
| 산 방 한 담(山房閑談)-내 구도의 서(書) (0) | 2022.08.29 |
| 산 방 한 담(山房閑談)-영혼의 밭을 가는 사람 (0) | 2022.08.29 |
| 산 방 한 담(山房閑談)-자연의 은혜 속에서 (0) | 2022.08.29 |
| 산 방 한 담(山房閑談)-어떤 것이 진정한 불자인가 (0) | 2022.08.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