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부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無一우학스님 편저

qhrwk 2022. 10. 6. 10:31

 

초발심자경문을 내면서


  이 책을    제불보살님전에 올립니다.
                 일체중생에게 올립니다.
                 부모님께 올립니다.

  막 출가하여 월하대종사가 계시던 통도사 선방에서 행자생활을 시작할 때였습니다. 

밥 짓는 일, 반찬하고 상차리기, 설거지하고 청소하기 등 공양간 내외의 소임을 감당하면서 젊은 시절 나에게 힘이 되던

 공부는 '초발심자경문'이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는 '니가 보고싶다'시며 여러 차례 통도사를 오가셨는데, 한번은 선방 모퉁이 수곽에서 솔직한 말씀을 

드렸습니다.

  "저는 집보다는 절이 더 편안하고 좋은 것 같습니다."
  그때 어머님은 다소 섭섭한 눈빛을 거두시며
  "절이 니한테 맞는갑따.  좋으면 됐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은 출가의 정식허락이었습니다.
  그날 밤 나는 '초발심자경문'을 펴들고 해제철 아무도 없는 선방 구석에서 무릎꿇고 앉아 몇 시간이나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직 가시지 않은 잔설을 여기저기 이고 앉은 영축산 골짜기의 싸한 바람이 스무여평의 선방에도 들락거렸습니다.  

누가 대중보시를 해서 지급된 행자용 털외투가 고마울 따름이었습니다.
  부모님을 출가한 큰아들때문이었는지 차차 부처님을 무지 좋아하시는 독실한 불자(佛子)가 되셨습니다.

  그런데 세월은 20~30년을 거침없이 내달렸고 부모님들은 아예 절에 사시게 되었습니다.  

납승이 기거하는 관음사의 한켠 극락당(납골당)에 와 계십니다.
  아버지 거사님은 4~5년 전에 오셨고 어머니 보살님은 며칠 전에 오셨습니다.

  마침 세계 불국토를 발원하면서 개원한 '대총림 금강승가대학'의 초발심자경문의 책거리가 있을 즈음입니다. 

그런데 이 '학습 초발심자경문'은 진작부터 그 발간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승가대학 개원과 

그 시간을 맞춘 것입니다.

  참 기이한 일입니다.  

하필이면 이런 시점에 어머니 보살님께서 우리절에 들어오시고 49재를 지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이렇듯, '학습 초발심자경문'은 세상의 불국토 건설과 소납의 부모님의 왕생극락을 발원하며 내는 책입니다.

  영험스러운 일입니다.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이 책을 인연하시는 모든 분들이 꼭 이고득락하시길 축원드립니다.

  나무관세음보살


佛紀 2548年 한여름
無一우학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