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2.산에는 꽃이 피네 - 광복절에 생각한다
♣ 2.산에는 꽃이 피네 - 광복절에 생각한다♣
이번 태풍의 영향으로 개울물이 불어나 오두막으로 이어진 다리가 떠내려갔다.
비가 멎은 날 아침 개울가에 내려가 다리가 없어진 걸 보고 허망한 감회와 함께
아하 지금까지 이 다리가 세상과 나를 이어 주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울물이 줄어들기까지는 산을 내려갈 수가 없게 되었다.
고립무원孤立無援이란 말을 실감할 수 있다.
통나무로 걸쳐 놓은 다리를 건너다니면서도 이 다리가 세상과 나를 이어주고 있다는
생각을 미쳐 못했었다.
하룻밤 사이에 다리가 없어져 버리니 이 산중이 갑자기 바다에
떠 있는 섬처럼 여겨진다.
우리에게는 건너다니는 다리 말고도 이웃 사이에 놓인 인연의 다리, 관계의 다리가 있다.
눈에 보이는 다리가 무너지면 다시 놓으면 된다.
그러나 관계의 다리가 불편하거나 단절되면 인간의 영역이 그만큼 위축되고 상처를 입는다.
관계는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러면서 관계 또한 우리들을 만들어 간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간이 자신 안에 하나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지나온 과거와 다가올 미래를 함께 지니고 있는 신비로운 세계다.
이와 같은 신비로운 세계끼리 마주치는 일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새로운
삶을 이룬다.
이런 현상은 개인만이 아니라 사회나 국가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잔악한 일제 식민통치의 36년을 잊지 않고 있다.
그 일제의 쇠사슬에서 풀려나긴 했지만 조국 분단48년을 맞고 있다.
해마다 광복절이면 일제 식민 통치의 뼈아픈 기억과 함께 분단의 통분을 돼새기지 않을 수없다.
광복 48주년, 거의 반세기 만에 와서야 엣 총독부 건물과 총독의 관저를 헐겠다는
문민정부의 확고한 의지아래, 우리는 민족정기와 자존을 뒤늦게나마 되찾게 되었다.
헐어 내는 비용을 구실삼아 어물어물 넘겨온 관거의 정권은 그 만큼 자신감과 민족의
주체의식이 모자랐다고밖에 볼 수 없다.
정권 언저리에서 거래된 부정부패의 막대한 물량에 비하면 비용 운운은 한낱 핑계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깝고도 먼 나라로 한일관계를 들추고 있다.
공간적인 거리는 발 지척인데 양쪽 의식의 거리는 아직도 천만리다.
밖에 나가서 일본 사람들과 마주칠 때 흔히 이쪽에서는 그들을 무시하거나 얕잡아 보려는
경향이 있고, 저쪽에서는 우리를 보고 얼마쯤 두려워하고 회피하려는 눈치다.
이웃 나라 사람들끼리 어째서 이런 떨떠름한 마주침이 되었을까.
더 물을 것도 없이 과거의 역사가 이를 뒷받쳐 주고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이런 과거의 어두운 기억에만 안주해야 할 것인지 곰곰 행각해
볼일이다.
김포공항 밖으로 날아가 보면 지구촌 곳곳에서 일본의 실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낯선 이국의 거리에서 우리 손으로 만든 자동차를 한두 대만 보고도 우리는 얼마나
반가워하면서 가슴 뿌듯해 하는가.
그런데 미주건 유럽이건 동남아건 어디를 가나 길목마다 일본 차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들의 가전제품 또한 가정마다 싶숙이 들어가 있다.
세계의 도시마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즐비하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도로에서는 일제 차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그렇지만 국내에서 만들어진 자동차의 중요한 부품은 일본에서 들여온 것들이 많다.
중장비 차며 기계류만이 아니라 주방기구, 문구류, 식료품까지도 우리의 눈길을 끌고
잘 팔린다.
자, 이런 나라를 어떻게 우리가 무시하고 얕잡아 보며 깔보기만 할 수 있겠는가.
태평양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나라가 오늘날 세계에서 주목하는 경제대국이 되었다는
사실을 허심탄회하게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의 국력은 경제만이 아니라 각 분야에서 세계에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아시아에, 즉 우리와 우리 이웃에 일본이나 중국과 같은 막강한 국력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두려워하기 이전에 다행스럽게 생각할 줄도 알아야 한다.
서양인들이 무시하고 깔고아 오던 아시아, 그 아시아의 막강한 저력 앞에 그들은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었다.
문화적인 배경이나 인정 풍습으로 보더라도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일본이나 중국 쪽이
훨씬 우리에게 가깝다.
이웃끼리는 개인이건 국가건 서로 도우면 살아가야 한다.
과거사에만 집착한 나머지 관계가 개선되지않으면 서로에게 아무런 도움도되지 않는다
그들이 오늘날 세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큰 나라가 된 그 요인이 어디에 있는지,
가슴으로가 아니라 머리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들에게서 배우고 본받고 받아들일 것이 있다면 과감하게 받아들이고,
배울 것 없고 본받을 것 없고 받아들일 수 없는 가차없이 밀어내야 한다.
일본을 극복하려면 먼저 그들을 바로 알고, 우리에게 모자란 그들의 장점을 수용하면서
우리 안에 잠재된 창의력을 일깨워야 한다.
우리는 지나온 과거사에 너무 집착하는 것 같다. 그 과거의 무게 때문에 현재의 삶이
위축되거나 폐쇄된다면 우리의 현재와 미래는 제대로 열릴 수 없다.
특히 우리 나라의 정치 풍토는 이 과거의 수렁에 빠져 헤어날 줄을 모른다.
안타깝다. 온전한 삶에는 반복이란 없다. 늘 새로운 시작이 있을 뿐이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과거나 미래가 아니고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살아간다.
이웃으로 이어진 다리는 튼튼하게 놓여야 진정한 이웃이 될 수 있다.
이 냉혹한 국제 경쟁사회에서 우리가 제대로 어깨를 펴려면, 우리 것을 되찾아
계승 발전시키면서 이웃 나라와의 관계도 개선해야 한다.
광복절에 생각한다.
<93.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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