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살더라도
- 법륜스님 즉문즉설 -
▒ 문
저는 50대 주부인데요, 남편이 작년에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때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6개월 이상 못 산다고 하였는데..
항암치료를 16번째 받았고요, 또 제가 많은 서적들을 보고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잘 하면 남편을 살릴 수 있겠다.. 그래서 자연식도 하고요, 집에서 제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병원치료가 잘 돼서 그런지 지금 많이 좋아졌습니다.
처음에 이야기 들었던 6개월도 넘었고요.. 그런데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뭐 자연으로 들어가라는 사람들도 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병원치료를 계속 받아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남편은 꼭 살려야 하겠는데..
▒ 답
그거 간단해요.
옛날에 어떤 사람이 일해준 일꾼한테 물어봤어요.
술을 한 잔 줄까, 밥을 한 그릇 줄까.. 그랬더니 일꾼이 이렇게 말하더래요.
술에 밥 말아 주세요.. 내 말귀 알아들었어요?
의사는 의사대로 처방 받고, 자연식은 자연식대로 하면 되지..
(자연식이 문제가 아니고요, 아예 공기 좋은 산속으로 들어가 요양을 할까 하는 거예요.
몇 군데 알아보기는 했는데.. 정말 그렇게 들어가면 잘 될런지..
그게 확신이 안 서는 거예요. 의사 선생님은 계속 항암을 하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의사 선생님 하자는 대로 하다가 죽은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자연 속에 들어가 살아난 사람도 있고..
스티브 잡스처럼 의사 말 안 듣고 하다가 죽은 사람도 있고..
그러니까 그것은 어느 게 옳다고 할 수는 없어요.
어느 것도 단정적이지는 못하다..
그런데 어느 쪽으로 하든 이 생각은 버려야 해요.
'완치를 시키겠다' 이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사는 데까지 한번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6개월 지났으니까 이미 성공했잖아? (그렇지요)
이제 뭐 얼마를 더 살든 성공한 거잖아.. 마음을 그렇게 먹어야 해요.
나머진 덤이다.. 이미 성공했고.. 한 달 더 있다 죽어도 좋고, 두 달 더 있다 죽어도 좋고..
이렇게 기분좋게 받아들이고 가벼운 마음으로 하면
남편도 사는 동안 행복하게 살 수 있고, 자기도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그런데 남편 죽을까봐 거기 매달리다가 죽으면
남편은 남편대로 죽으니까 문제이고
자기는 실패했기 때문에.. 자기 인생이 괴롭지..
그러니까 이젠 하루를 더 살아도 성공한 거니까
덤이니까 즐겁게 살자.. 이런 마음으로 하면
하루를 더 살아도 더 살지.
(저는 꼭 살리고 싶거든요)
인생은.. 꼭 사는 법은 누구도 없어.
나도 그렇고, 자기도 그렇고.. 얼마를 더 살지 모르지만, 그렇게 살다가 죽는 거야.
그러니까 그걸 가지고, 10년 더 살고 죽느냐, 5년, 3년 더 사느냐..
그거 가지고 성공 실패를 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그러니까 이미 성공이고, 이젠 하루를 더 살아도 여한이 없다.. 이렇게 마음 먹으면
1년 뒤에 죽어도 성공이고, 한 달 뒤에 죽어도 성공이고, 내일 죽어도 성공이야.
그 시간에 연연하면 안 돼요. 그러면 나머지 시간이 불행해져요.
오래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하루를 살더라도 가볍게 사는 게 중요합니다.
80까지 살아야 행복한 게 아녜요. 하루를 살아도 기쁘게 살아야 할 거 아녜요?
그러니까 기도를 해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면
'부처님, 우리 남편 살려주세요' 이렇게 기도하면 안 돼요.
'부처님 감사합니다. 이제 여생은 덤으로, 기쁘게 삽니다' 그래야 하고
집착 내려놓고, 이건 덤이다, 보너스다, 공짜다..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너무 애쓰지 말고..
그래야 훨씬 더 좋아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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