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의 말씀

[마음으로 읽는 부처님 말씀] 시댁식구 교화한 며느리

qhrwk 2024. 7. 16. 07:48

 

[마음으로 읽는 부처님 말씀] 시댁식구 교화한 며느리

 

타종교 믿는 며느리 들어와 노부모 개종시키는 세태 속에 어린 자식이라도 잘 이끌려면

정법부터 배우고 실천해야

부처님이 사위국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기원정사를 기증한 수닷타 장자가 찾아와 부처님께 딸의 결혼문제를 상의했다.  

“저에게 수마제라는 딸이 있는데 만부성(滿富城)의 만재(滿財) 장자가 며느리로 삼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만재장자는 외도를 섬기는 사람입니다. 저는 그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는지요?” 

 

“수마제가 만재장자의 며느리가 되면 그 집안에 이익을 주고, 많은 사람을 교화할 것이다.”  

수닷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보름 뒤에 수마제를 시집보내기로 했다. 

그런데 결혼직후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만부성 사람들은 성안에 살던 처녀가 다른 

성으로 시집을 가거나, 다른 성에 사는 처녀가 이곳으로 시집을 오는 것을 금하는 규칙이 

있었다. 만재장자는 수마제를 며느리로 삼음으로써 이 규칙을 어겨 벌칙을 받게 된 것이다. 

만재장자가 받아야 할 벌칙은 돼지를 잡아 국을 끓이고 고기와 술로 많은 범지(梵志)를 

공양하는 것이었다.  

 

만재장자는 벌칙을 받기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범지들을 초대했다. 만재장자 집에 초대된 

범지들은 모두 벌거벗은 나형외도(裸形外道)들이었다. 만재장자는 새로 시집온 며느리 

수마제를 그들에게 인사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수마제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했다. 

 “저들은 벌거벗은 채 맨살을 법의(法衣)라고 우깁니다. 그것은 분별이 있는 말이 아니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짐승과 같은 짓입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에게 예배할 수 없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수마제의 남편이 나서서 ‘이 분들은 우리가 하늘처럼 섬기는 사람’들이라면서 

인사를 드리라고 했다. 

그러나 수마제는 ‘예의를 모르는 짐승 같은 사람에게는 예배할 수 없다’며 완강하게 거절했다. 

이 일로 만재장자는 커다란 근심이 생겼다. 

누각에 올라가 생각하니 수마제를 며느리로 삼은 것이 후회됐다.  

그때 수발이라는 범지가 지나가다가 왜 그토록 근심에 싸였는가를 물었다. 

만재장자가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수발은 며느리가 섬기는 부처님을 한번 만나보라고 했다.

 

 만재장자는 며느리를 시켜 부처님을 뵙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부처님은 목갈라나, 카사파, 아니룻다, 수붓티, 라훌라, 출라판타카 등을 먼저 보내고 당신은 

나중에 사리풋타, 카운디냐, 아난다 등을 데리고 만재장자의 집으로 갔다. 

이 행차에는 파세나디 왕과 수닷타 장자도 동행했다. 

만재장자는 부처님이 여러 사람과 함께 오는 것을 보자 그 거룩한 모습에 저절로 무릎이 꺾고 

예배를 올렸다. 

외도들은 그 모습을 보자 사자왕이 나타나면 모든 짐승들이 자취를 감추듯이 만재성을 떠났다.  

 

부처님은 장자의 집에 들어가 공양을 받은 뒤 보시와 지계의 공덕으로 천상에 태어나는 법, 

괴로움과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사제법(四諦法)을 설했다. 

만재장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번뇌가 사라지고 법안(法眼)이 깨끗해졌다.

 〈증일아함〉 제22권 수타품(須陀品) 제3경  수마제와 같은 얘기는 요즘 우리 주변에도 많다. 

다만 그 결론이 반대다. 외도를 믿는 며느리가 들어와서 불자부모를 개종시킨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찜찜하다. 

그렇게 안 되려면 방법은 딱 한 가지다. 

어려서부터 자식이 삿된 소견에 빠지지 않도록 잘 가르치는 것이다. 

그러자면 수닷타 장자처럼 부모부터 먼저 정법을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부모가 ‘바담풍’ 하면서 자식에게 ‘바람풍’ 하라고는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수마제가 시댁식구를 교화했던 얘기는 너무나 유명해서 〈수마제녀경〉이라는 별도의 경전으로 

남아 있을 정도다.   

홍사성 〈불교평론〉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