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한시 감상

화도연명의고(和陶淵明擬古)

qhrwk 2024. 9. 17. 08:20

※ 원대(元代) 화가 조맹부(趙孟?)의 <桃源仙境圖>

 

 

화도연명의고(和陶淵明擬古)

有客叩我門  繫馬門前柳
유객고아문 계마문전류
길손 있어 내 집 문 두드리고
문 앞 버드나무에 말을 메네

庭空鳥雀?  門閉客立久
정공조작조 문폐객립구
뜨락은 비어 작은 새 지저귀고
문 닫혀있어 길손은 오래 서있네

主人枕書臥  夢我平生友
주인침서와 몽아평생우
주인은 책을 베고 누워 

평생의 벗을 꿈꾸네

忽聞剝啄聲  驚散一杯酒
홀문박탁성 경산일배주
문득 문 두드리는 소리 들려 

놀라 한 잔 술 흩뜨려버렸네

倒裳起謝客  夢覺兩愧負
도상기사객 몽각양괴부
옷 뒤집어 입고 일어나 길손에게 사과하고
꿈에서 깨니 둘 다 겸연쩍어하네

坐談雜今古  不答顔愈厚
좌담잡금고 부답안유후
앉아 이런저런 고금의 얘기 주고받는데

답을 못하니 얼굴은 갈수록 두꺼워지네

問我何處來  我來無何有
문아하처래 아래무하유
어디서 왔느냐고 묻길래 

어디에도 없는 곳에서 왔다고 했지

소식(蘇軾/北宋), <화도연명의고(和陶淵明擬古)> (九首其一)

 

 剝啄: (문 열어달라고) 똑똑 두드림.
- 무하유(無何有)/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 직역하면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는 뜻이니 

곧 인간의 이상향을 말한다.
중국 고대 지리서 ≪산해경(山海經)≫에 나오는 질민국(?民國), 도연명(陶淵明)이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그린 무릉도원(武陵桃源), 이백(李白)이 <산중문답(山中問答)>

에서 읊은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 ≪후한서(後漢書)≫에 나오는 호중천

(壺中天, 壺天)이 그런 부류다.


또한 황제(黃帝)가 꿈꾼 화서(華胥) 또는 화서국(華胥國), 열자(列子)가 말하는 종북(終北), 

노자(老子)의 소국과민(小國寡民), 장자(莊子)의 건덕(建德)도 마찬가지다.
중국 산수화론의 효시로 일컬어지는 종병(宗炳)의 <화산수서(畵山水序)>에 나오는 

무인지야(無人之野: 인위가 배제된 이상향)도 비슷한 의미로 이해할 수 있겠다.

우리 옛 문헌이나 설화 속에서도 그 자취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청학동, 우복동, 율도국, 이어도, 청산도, 태평동(太平洞), 오복동(五福洞), 회산선계(檜山仙界), 

화룡굴(化龍窟), 단구(丹邱), 이화동(梨花洞), 산도원(山桃源) 등이 그런 맥락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를 서양식으로 표현하면 Utopia 라는 단어가 가장 적확하게 어울릴 것이다. 

※ 구영(仇英)의 <桃源仙境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