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한다 말할 때까지 2.♣
"기다릴게……."
현수의 슬픈 얼굴을 보며 경미 마음은 금세 짠해졌다.
경미의 마음이 출렁거렸다.
지난번 다툰 일로 화가 안 풀려서 괜히 말을 한 게 아니냐고,
경미는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현수는 커피숍 출입문을 나서고 있었다.
창밖엔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경미는 창가에 앉아 건널목을 건너는 현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현수는 슈퍼마켓으로 달려가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현수는 슈퍼 앞에 놓여 있는 원형 탁자에서 커다란 파라솔을 빼냈다.
경미는 멀뚱한 눈으로 현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파라솔을 든 현수는 길 한쪽으로 달려갔다.
현수가 걸음을 멈춘 곳엔 조금 전 보았던 할아버지 할머니가 느릿느릿 걸어가고 있었다.
현수는 파라솔을 활짝 편 다음, 할아버지 할머니 머리 위에 파라솔을 드리웠다.
바람이 불 때마다 커다란 파라솔이 휘청거렸다.
몸의 중심을 잡기 위해 현수도 기우뚱거렸다.
경미 가슴속에 찡한 아픔이 밀려왔다.
한쪽 손이 오그라든 아버지가 생각났다.
경미 아버지는 중풍을 앓다가 일 년 전 그녀 곁을 떠났다.
경미는 커피숍 창가에 앉아 가물가물 멀어져가는 현수를 바라보았다.
비바람 속을 걸어가는 현수가 한 걸음 한 걸음 경미에게서 멀어질 때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한 걸음 한 걸음 가슴속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 후로 며칠 동안, 경미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현수에게 헤어지자고 말한 것은 진짜 마음이 아니었다.
경미는 용기를 내어 휴대폰을 꺼냈다.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현수의 전화번호를 꾹꾹 눌렀다.
오후의 눈부신 햇살이 찔레꽃처럼 하얀 그녀의 얼굴 위로 부서지고 있었다.
우리가 갖고 싶어하는 것들은,이미 우리와 함께 있을지도 모른다.
『연탄길』(이철환 지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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