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한시 감상

텅 빈 태허공에 한없이 쌓였어도

qhrwk 2025. 5. 2. 06:04

※ 청대(淸代) 화가 왕학호(王學浩)의 <深山讀書圖>



텅 빈 태허공에 한없이 쌓였어도

一太空間無盡藏
일태공간무진장
텅 빈 태허공에 한없이 쌓였어도

寂知無臭又無聲
적지무취우무성
고요히 아는 그건 냄새도 없고 소리도 없다네.

只今聽說何煩問
지금청설하번문
지금 듣고 말하는 게 그것인데 번거로이 왜 묻나?

雲在靑天水在甁
운재청천수재병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병에 있다.’하지 않았던가?

사명대사(四溟大師) 유정(惟政:1544~1610)은
임진왜란 때 전쟁의 와중에서 많은 고뇌를 하면서도 큰 활약을 하였다.
그의 문집에는 전쟁의 참상을 그린 시도 많이 전해진다. 

그는 스승 서산대사의 뜻과 임금 선조의 명을 받들어 구국의 선봉장에서 맹활약을 하였다. 

일본에 건너가 전쟁 포로를 환송해 온 일 등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일본에 갔을 때 도꾸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아들이 법을 물어 그에게 준 것으로 알져진 이 시는 선의 지취를 설해준 내용이다.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병에 있다는 말은 원래 중국의 약산유엄(藥山惟儼:745~828)
선사가 거사 이고(李翶)에게 해준 말이다.
 어느 날 이고가 약산 유엄선사를 방문해 도를 물었더니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병속에 있다."고 대답을 했다. 
 나중에 이 뜻을 알아차린 이고가 약산을 존경 찬탄하는 시를 또 지었다.

 鍊得身形似鶴形 
수행한 몸은 학과 같이 우아하고

千株松下兩函經 
울창한 소나무 아래  경을 담은 상자가 두어개네

我來問道無餘說  
내가 와 도를 물으니 다른 말씀 하지 않고

雲在靑天水在甁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병속에 있다.'하셨네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병속에 있다."는 말이 이때부터 선가의 금언처럼 유명한 말이
되었다. 본래의 제 자리에 있는 것이 도이다.
망심이 일어나면 마음이 본래 제 자리를 이탈하게 된다.

※ 청대(淸代) 화가 장웅(張熊)의 <深山讀書圖> (1867年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