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말근대 화가 오징(吳徵)의 <松溪草廬圖> 扇面 (1945年作)
퇴계 이황은 50세 무렵에 한서암(寒栖庵)을 짓고 거기에 대나무, 소나무,
매화, 국화, 오이를 심고 시를 한 수씩 지었는데 소나무를 심고
지은 시가 이렇다.
樵夫賤如蓬
나무꾼은 쑥처럼 천하게 보지만
山翁惜如桂
산 늙은이는 계수나무처럼 아낀다네
待得昂靑霄
푸른 하늘 높이 솟아오를 때까지
風霜幾昂靑霄
풍상을 몇 번이나 겪어야 할 것인가
「소나무를 심으며[種松]」,『퇴계집(退溪集)』
소나무에서 시련과 극복을 보고 있지만 자못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사람의 성장을 염두에 둔 우의적 발상이다.
도연명도 저 유명한 『귀거래사』에서 “날은 어둑어둑 곧 해가 지려 하는데,
외로운 소나무를 어루만지며 서성거리네.[景翳翳以將入, 撫孤松而盤桓.]”라고 하였고
소동파도 그의 시에서 “사람들은 모두 느릅나무나 버드나무를 심어 놓고, 울창한
그늘이 생기기를 앉아서 기다리지만, 나는 소나무와 측백나무를 심어 놓고,
변치 않는 이 마음을 지킨다.[人皆種楡柳, 坐待十畝陰, 我獨種松柏, 守此一片心.]”라고
하였으니, 옛 문인들이 소나무에 자신의 모습을 많이 투영하고 있음을 알게 한다.
소나무가 이렇게 사람을 긴장하게 하는 대상으로만 다가온 것은 아니다.
고인들이 매화를 매형(梅兄 매화 형), 대나무를 차군(此君 이 사람)
이라 하였다면 소나무를 친근하게 창염수(蒼髥叟 푸른 수염을 단 노인)라 부르기도 했다.
글쓴이 : 김종태(金鍾泰) 한국고전번역원 역사문헌번역실 선임연구원
•주요 약력
- 고종ㆍ인조ㆍ영조 시대 승정원일기의 번역, 교열, 평가, 자문 등
•역서
- 『승정원일기』고종대, 인조대 다수
- 『청성잡기』(공저), 『名賢들의 簡札』, 『허백당집』(근간) 등
※ 소겸중(蕭謙中)의 <松溪草廬圖> (1931年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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