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한시 감상

無 題 [무 제] 제목없이 짓다

qhrwk 2025. 8. 5. 07:38



※ 도냉월(陶冷月)의 <월광(月光)> 선면(扇面)

- 無 題 [무 제] 제목없이 짓다 - 

琴臺一別眼中人
금대일별안중인
금대에서 그리운 님과 한번 헤어지니

羅襪微瀾夢裏春
나말미란몽리춘
비단 버선 아른아른 꿈 속의 봄일세

欲向東湖問消息
욕향동호문소식
동호로 가서 그대 소식을 묻고파도

寒潮不上廣陵津
한조불상광릉진                        
찬 조수는 광릉진엔 오르지도 않구나.
                                                                                                                      
조선 선조 때의 천재적 시인인 白湖[백호] 林悌[임제]의 無題[무제]이다.
임제는 염정풍의 염려하고 아름다운 시를 많이 남겼다.
'호곡시화'를 지은 남용익은 그의 시가 '상쾌(爽快)'하다는 평을 남겼다.

한무제 시절,
탁문군(卓文君)은 젊어 과부가 되어 아버지 탁왕손(卓王孫)의 집에 와 있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자태에 반한 사마상여(司馬相如)는 금대(琴臺)에 올라,
자신의 감정을 거문고 가락에 얹어 연주하였다.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그녀는
거문고 소리를 듣고, 그 밤에 사마상여에게로 달려가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전설상의 임금인 복희씨의 딸이 낙수에 빠져 죽어서 낙수의 여신이 되었는데,
안개 낀 날에는 비단 버선을 신고 물결 위를 가벼이 거닐며 노닌다고 한다.
금대에서 사랑하는 님과 거문고를 연주하며 즐겁게 놀았었다.

그녀는 정을 담아 뜯는 나의 거문고 가락에 맞추어,잔 물결 위를 거닐 듯이 가벼이 몸을
놀리며 춤을 추었다.이젠 그녀의 아름다운 자태는 어디에서도 찾을 길이 없고,
꿈 속에서의 어렴풋한 기억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는 안타까운 마음에 혹시 그녀의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하여 동호로 나아가고자 하였다.
그러나 그가 있는 광릉진에는 찬 조수마저 올라오지 않아 동호로 가는 배를 띄울 수가
없었다.오늘도 안개 자욱한 광릉진 앞에서 하염없이 동호 쪽을 바라보며 서 있는 그의
어깨 너머로,어디선가 슬픈 거문고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또 그렇게 청춘이 가고 세월은 물결 위로 출렁거린다.

이 밤,
사람 자취 끊어졌는데,개구리는 뭐가 그리 서럽다고 울어대는지.
달도 없는 하늘은 왜 그리도 쓸쓸한지.창가 멀리 눈을 다해 보지만,
거리는 가로등 불빛 아래 안개가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