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근현대 중국화가 장대천(張大千)의 <무량수불(無量壽佛)> (1938年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若人欲了知
약인욕료지
만일 삼세의 일체 부처를
三世一 切佛
삼세일체불
알고자 한다면
應觀法界性
응관법계성
마땅히 법계의 본성을 관하라
一切唯心造
일체유심조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니
≪80화엄경(華嚴經)≫ <야마궁중게찬품(夜摩宮中偈讚品)> 제20에 나오는
각림보살(覺林菩薩/여래림보살)의 <유심게(唯心偈)>(10게송)가운데 마지막 게송.
-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화엄종의 중심사상으로 일체의 제법(諸法)은 그것을
인식하는 마음의 나타남이고, 존재의 본체는 오직 마음이 지어내는 것일 뿐이라는 뜻이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린 것이니, 인간의 주체적 관점에서 보면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뜻일 게다.
<기신론(起信論)>에서 "…如來大師云 三界虛僞 唯心所作(여래대사운 삼계허위 유심소작)
여래께서 이르시되 삼계(과거·현재·미래)가 허위이니 오직 마음의 작용일 뿐이니라"
한 것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와 맥을 같이 한다고 하겠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하면 생각나는 일화가 있다. 통일신라 때의 고승 원효(元曉)에
얽힌 이야기다.
때는 서기 661년(문무왕 1). 원효(元曉)는 의상(義湘)과 함께 당나라 유학 길에 오른다.
두 사람이 당항성(唐項城: 南陽)에 이르니 날은 저문데 비까지 억수같이 쏟아진다.
가까운 곳에 인가도 보이지 않는데 마침 지척에 토굴같은 것이 보였다.
앞뒤 가릴 것이 뛰어들어 비를 피한 뒤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먼 길을 걸어
심신이 지치고 고단해서인지 금방 골아 떨어졌다. 아침이 되어 잠에서 깨어보니 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몸을 추슬러 주변을 둘러보니 간밤에 달게 잔 곳이
자연적으로 생긴 토굴이 아니라, 사람들이 시신을 처리하는 무덤이었다. 이런! …
그러나 어쩌랴. 밖에는 비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무작정 길을 떠날 수도 없고. 해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 하룻밤을 그곳에서 더 묵기로 했다. 그런데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들었으나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눈만 감으면 온갖 귀신들이 설치고 날뛰어 눈을 붙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일어나 마음을 가다듬은 뒤 다시 자리에 누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일어나 앉았다 누웠다를 반복하며 밤새 귀신들에게 시달리다 결국 밤을
꼬박 세우고 말았다. 아침이 되어 일어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실로 기막힌 일이 아닌가.
그곳이 토굴이라 생각했던 첫날밤은 아무 곡절 없이 잘도 잤건만, 그곳이 무덤인줄 알게 된
다음날 밤은 귀신들의 아우성에 한 잠도 못 잤으니 말이다.
여기서 원효는 큰 깨달음 얻게 된다.
토굴이냐 무덤이냐 하는 객관적 상황이나 환경이 아니라, 그곳을 어떤 곳으로 받아들이느냐
하는 주관적 이해가 관건이라는 것을. 바로 모든 것은 마음의 작용(一切唯心造)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똑같은 배경과 무대를 두고 약간 다른 일화도 전하고 있다. 어쩌면
더 널리 알려진 이야기가 아닌가 한다.
원효와 의상이 당황성에 이르렀을 때 마침 어둠이 내려 어느 무덤 가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잠결에 갈증을 느낀 원효는 근처의 웅덩이에 괸 물을 달게 마시고 갈증을 푼다.
날이 새고 깨어 보니 잠결에 마신 물은 해골에 괸 물이었다. 순간 원효는 심한 구역질을
느끼며 비명을 지를 지경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원효는 새로운 한 경지를 깨닫게 된다.
밤새 마신 물이나, 지금 눈으로 보는 물이나 하나도 다를 게 없는 같은 물이다.
왜 간밤에는 달게만 느껴졌던 물이 지금은 구토를 느낄 정도로 더럽게 느껴지는 것일까.
분명 물이 변한 것은 없다. 그렇다면 '달다'거나 '더럽다'고 하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기
보다 그것을 보고 마시는 사람의 마음의 작용이 아닌가.
그렇다.
사물 자체에는 처음부터 정(淨)도 없고, 부정(不淨)도 없거늘 모든 것은 오직
사람의 마음이 그렇게 지은 것.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원효는 확철대오(廓徹大悟)하고 그 길로 유학의 뜻을 접고 서라벌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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