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름다움의 극치
눈에 비친 새론 매화 한 떨기 옥이 되고
은은한 향기 꽃소식은 춘풍에 실려 오네.
지난 해 파수 다리 곁에서 보았는데
어느 날에 흰 벽 가운데로 옮겨졌나.
映雪新梅玉一叢。暗香芳信又春風。
昔年?水橋頭見。何日移來素壁中。
-「영화매(詠畵梅)」, 이수광(1563-1628)-
앞의 시조는 이수광이 사행을 가던 도중 1년 전 파수 다리에서 보았던 설중매가
어느 날 화폭에 담긴 것을 보고 지은 시이다. 눈 내린 가운데 새로 핀 매화,
눈빛(雪)에 부딪혀 청명함이 옥같이 눈부시다. 설중매의 뛰어난 자태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청아한 외모에 풍겨 나오는 은은한 향기는 온축된 덕이 저절로 품어져
나오는 듯하다.

매창(梅窓), 매화도(梅花圖)
매화는 눈 속에서 꽃을 피우는 고결한 화목으로 전통문화에서 그 청초한 자태와
향기를 가진 탓에 미녀에 즐겨 비유되었다. 옛 기생들의 이름에서 ‘매화 매(梅)’
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유도 이와 관련한 것이다.
그 예로 조선시대 여류시인이자 기생이었던 매창(梅窓1573-1610)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겠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매창은 매화만큼이나 아름다운 미모 덕에 주변에 남자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매창은 점잖은 시 한수로 그들의 유혹을
물리치고는 했는데, 다음의 시가 바로 그 중 하나이다.
平生不學東家食 평생을 두고 동가식은 배우지 못했으니
只愛梅窓月影斜 다만 매화 핀 창가에 비낀 달빛을 사랑할 뿐
詞人未識幽閑意 선비들은 나의 그윽한 마음 모르고서
指點行雲枉自多 한 점 떠도는 구름 가리키며 스스로 취하는 굽은 마음.
-매창(梅窓, 1573-1610)-

이규보는 「매화」에서
순결한 미녀를 두고 ‘옥 같은 살결엔 아직 맑은 향기 있네.’라고 노래하였고 민요
「배꽃타령」에서는 ‘매화로세 매화로세 큰애기 얼골이 매화로세’ 와 같이 처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매화에 비기고 있다.
또한, 매화는 아름다움과 함께 정절을 상징하기에 풍습에서 여인들은 매화와
대나무를 함께 새긴 매죽잠(梅竹簪, 비녀)을 즐겨 착용하기도 하였다.
姑射氷膚雪作衣 고야산 신선 고운 살결에 눈으로 옷 지어 입고
香唇曉露吸珠璣 향기로운 입술로 새벽이슬에 구슬을 마시는구나.
應嫌俗蘂春紅染 속된 꽃술이 봄철 붉은 꽃에 물드는 것 싫어서
欲向瑤臺駕鶴飛 신선 사는 요대 향해 학 타고 날아가려 하는구나.
-「매화(梅花)」, 이인로(李仁老, 1152-1220)-
고려후기 문신이었던 이인로(李仁老, 1152-1220) 역시 그의 시
「梅花(매화)」에서 그 아름다운 자태를 노래하며 요대(신선이 사는 곳)와 같은
신선의 경지에까지 결부시키고 있다.
하루 종일 매화들을 지켜보는 은자(隱者)가
차례로 피는 매화 실컷 보겠네.
맑은 기운 몰래 쫓아 자연의 기운 변화로 바꾸니
방심은 좋은 시 재촉하기를 먼저 하네
얼음 같이 차디찬 꽃잎과 꽃술은 먼지 한 점 끼기 어렵고
향기 그윽한 눈길에는 나비도 오지를 못하네.
만일 외롭게 피는 매화 천상에다 심는다면
월궁(月宮)의 선녀들 모두 시기하겠지.
-「우차운(又次韻), 이수광(1563-1628) -
隱翁終日對叢梅。看盡瓊?次第開。
淑氣暗從寒律轉。芳心先爲好詩催。
氷?冷蘂塵難染。雪逕幽香蝶不來。
若把孤根天上植。月宮仙子摠相猜。
지봉 이수광(1563-1628) 역시 매화를 사랑한 문인 중 한 사람으로 매화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시를 많이 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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