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 제
일지 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 양하야 잠 못 들어 하노라
이조년(李兆年, 1269~1343, 호는 梅雲堂)
은한(銀漢) : 은하수
일지춘심(一枝春心) : 한 가지에 어린 봄 뜻
자규(子規) : 두견새, 소쩍새, 접동새
감상
흰 배꽃이 피어 있는 가지 위에 달빛이 더욱 희고, 은하수가 높은이
한밤(밤 11시부터 오전 1시 사이)에 배꽃 가지에 어려오는 봄.
그 봄을 느끼는 마음에 또 하나 움터오는 내 마음을 두견이야
어찌 알랴마는 아픈 마음 수북하게 쌓여 오는 이 밤, 잠을 이룰 수
없어 더욱 괴롭다는 뜻으로 이 시조의 동심원을 그려 낼 수가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춘심이란 봄을 그리는 마음인지 봄을 그렸던
마음의 회상인지 그 이미지의 소재가 가져야 할 한정(恨定)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애매한 상태가 그대로 작품 속에 남아 있어서
시조가 갖는 표현의 서정을 새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더구나 봄이 갖는 양면성인 자연, 다시 말해서 작자가 갖는
자아 밖의 부분과 봄의 촉매로 유발된 감정 내부의 봄의 이미지가
사랑이 움트던 과거의 모사(模寫)인지 좀 더 구상성(具像性)을
지닌 언어로 전화되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누구나 사람이란 아픈 과거를 지니고 있는 법이다.
어두운 겨울이 그 무서운 베일을 벗어 던지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우주 위에 떠오르는 봄의 손길은 너무나 우리들의 마음에도 갖가지
촉각의 봄을 피워 주기 마련이다.
그것도 새하얀 배꽃이 깊은 밤을 밝히고 달빛이 서려 이마를 적시는 봄.
다감한 문인묵객의 감정을 어찌 그냥 잠들게 하겠는가.
감정의 층계를 지나치게 내려오다가 보면 시간은 어느 새 아침을 알릴지도
모를 만큼 회상의 봄에 잠기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늙음이 가고 젊음이 솟아올라 감정의 아름다운 도착(倒錯)에
얽매일지도 모른다.어쨌든 이러한 상태에서 세월이 무심하고 인생은 허무하다는
자연과 불교의 그림자가 구름처럼 떠오를 것이다.
이 시조에 동원된 '배꽃, 은하수, 삼경, 다정' 등의 포인트 자체가 하나의
감정 탱크로서 그 자체에 풍겨오는 감정의 인소가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고전 한시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가믄장아기 [‘古典 여걸’ 열전] .삼공본풀이 ? (0) | 2025.11.03 |
|---|---|
| 가믄장아기 [‘古典 여걸’ 열전] .삼공본풀이 ? (0) | 2025.11.03 |
| 代悲白頭翁歌(대비백두옹가) - 劉希夷(유희이) (0) | 2025.11.01 |
| 도연명(陶淵明)-귀거래사(歸去來辭), 도화원기(桃花源記) (0) | 2025.11.01 |
| 도연명(陶淵明)-귀거래사(歸去來辭), 도화원기(桃花源記) (0) | 2025.1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