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한시 감상

인생삼락(人生三樂)

qhrwk 2025. 11. 7. 07:01


閉門閱會心書 開門迎會心客
出門尋會心境 此乃人間三樂
(폐문열회심서 개문영회심객
출문심회심경 차내인간삼락)


문 닫으면 마음에 드는 책을 읽고
문 열면 마음에 맞는 손을 맞이하며
문을 나서면 마음에 드는 산천경개 찾아가니
이것이 사람의 세 가지 즐거움이라네

☞ 신흠(申欽), ≪상촌집(象村集)≫

- 명대(明代) 육소형(陸紹珩)의 ≪취고당검소(醉古堂劍掃)≫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閉門閱佛書 開門接佳客
出門尋山水 此人生三樂
문 닫으면 불경 읽고
문 열면 좋은 친구 맞이하며
문 나서면 산수 찾아 나서니
이것이 인생의 세 가지 즐거움이라네

삼락(三樂) 얘기가 나오면 사람들은 맹자(孟子)의 군자삼락(君子三樂)을 떠올릴 것이다. 

맹자(孟子)는 말한다. 군자에게 세 가지 즐거움이 있으니 천하에 왕(王)노릇 하는 것은 

거기에 끼지 못한다(君子有三樂 而王天下不與存焉)고. 그리고 점잖게 한마디 한다.

父母俱存 兄弟無故 一樂也
仰不愧於天 俯不?於人 二樂也
得天下英才 而敎育之 三樂也

(부모구존 형제무고 일락야
앙불괴어천 부부작어인 이락야
득천하영재 이교육지 삼락야)
아버지 어머니 모두 살아 계시고
형제에게 아무 탈이 없으면 첫 번째 즐거움이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고
굽어보아 사람들에게 미안함이 없으면 두 번째 즐거움이며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면 세 번째 즐거움이라

☞ ≪맹자(孟子)≫ <진심(盡心)>(上)

 

 

 

 

 -군자에게 세 가지 즐거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 가지 걱정(君子三患)도 있다.

君子有三患
未之聞 患不得聞
旣得聞之 患弗得學
旣得學之 患弗能行也
(군자유삼환
미지문 환부득문
기득문지 환부득학
기득학지 환불능행야)

군자에게는 세 가지 걱정이 있으니듣지 못할까 걱정하고
들은 후에는 배우지 못할까 걱정하며배운 후에는 실천하지 못할까 걱정한다

☞ ≪예기(禮記)≫ <잡기(雜記)>

 

 



- 조선 후기의 학자인 채지홍(蔡之洪, 1683-1741)은 자신의 서재 이름을 '三患齋'(삼환재)라 

했다 한다. 문(聞), 학(學), 행(行)의 세 가지를 갖추지 못할까 항상 걱정한다는 뜻이다. 

올곧은 선비의 자세를 새삼 돌아보게 하는 예화이다.
광화문에 있는 교보문고에 가면 각 분야 전문가들이 뽑은 '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 

코너 '三患齋'가 있다. ≪禮記≫의 君子三患에서 비롯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명대(明代) 관리이자 문인인 하인(夏寅)은 군자에게 세 가지 슬픔도 있다
(君子有三惜)고 말한다.이 생애에 배우지 못함이 슬픈 것(此生不學可惜)이요,
오늘이 훌쩍 지나가 버림이 슬픈 것(此日閒過可惜)이며, 이 몸으로 한 가지라도
실패함이 슬픔(此身一敗可惜)이라는 것이다.
 
일찍이 공자는 ≪논어(論語)≫ <계씨(季氏)>편에서 '유익한 세 가지 즐김'(益者三樂)과 

'해로운 세 가지 즐김'(損者三樂)을 예시한 바 있다.
익자삼요(益者三樂)란 예악으로 절제하기를 좋아하고(樂節禮樂), 남의 착한 점을
말하기 좋아하며(樂道人之善), 어진 벗 많이 갖기를 좋아하는 것(樂多賢友益者)이다.
손자삼요(損者三樂)는 방자하게 즐기기를 좋아하고(요교락 樂驕樂), 편안히 놀기를
좋아하며(요일유 樂佚遊), 주색의 향락을 좋아하는 것(요연락 樂宴樂)이다.
공자가 고사(高士)인 영계기(榮啓期)에게 "선생에게는 어떤 즐거움이 있습니까" 하고 물었다.
 
天生萬物 唯人爲貴 而吾得爲人 是一樂也
男女之別 男尊女卑 故以男爲貴 吾旣得爲男矣 是二樂也
人生 有不見日月 不免襁褓者 吾旣已行年九十矣 是三樂也
(천생만물 유인위귀 이오득위인 시일락야
남녀지별 남존여비 고이남위귀 오기득위남의 시이락야
인생 유부견일월 부면강보자 오기이행년구십의 시삼락야)
 
만물 중에 가장 귀한 존재인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요
남녀 가운데 존귀한 남자로 태어난 것이 두 번째 즐거움이며
태어나 해와 달도 못보고, 강보(襁褓)도 면치 못하는 사람이 있는데
90세가 된 오늘까지 살고 있으니 세 번째 즐거움이올시다

영계기는 대답끝에 한 마디 보탠다.
"가난은 선비의 마땅한 일이요, 죽음은 삶의 끝인데 무엇이 걱정이리오"

(貧者士之常也 死者人之終也 當何憂哉)

 

[☞ ≪열자(列子)≫ <천서(天瑞)>]

 

 

 


성호(星湖) 이익(李瀷)이 꼽은 삼락(三樂)도 자못 흥미롭다.

"바깥 도둑이 침범하지 아니하고 전야에서 평생을 마치게 된 것이 일락이요,
적도(赤道)의 북쪽, 북극(北極)의 남쪽에 태어나 따뜻하고 서늘함이 알맞은 것이
이락이며, 조상의 덕(蔭德)으로 굶주림을 면하게 된 것이 삼락이라네."
추사(秋思) 김정희(金正喜)는 일독(一讀), 이색(二色), 삼주(三酒)를 꼽았다 한다.


책 읽고, 글 쓰며 늘 배우는 선비정신이니 홀로 닦는 수행의 도(道)요, 사랑하는 님과 나누는 

다함 없는 애정이니 둘이 하나되는 음양의 조화이며, 뜻맞는 벗들과 술잔 주고받으며 즐기는 

그윽한 풍류이니 지위의 높고 낮음과 연륜의 길고 짧음을 묻지 않는 대동(大同)과 일여(一如)의 세계랄까.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고 설파한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가 신에게 감사했다는
세 가지 이유도 눈길은 끈다. 현대적인 감각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동양적인
'삼락'(三樂)과 맥이 닿아 있다.

동물이 아닌 인간으로 태어난 것
여자가 아닌 남자로 태어난 것
야만인이 아닌 그리스인으로 태어난 것

고대의 성인이나 현인, 한 시대를 대표할 만한 지식엘리트들의 '삼락'(三樂)은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소박하지만 낯설고 고답적(高踏的)으로 들린다.
어느 중국인이 제시했다는 세 가지 즐거움이 어쩌면 현대를 사는 필부(匹夫)들에게
좀더 솔직하고 현실적인 소회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權尊位高 前呼後擁 一樂也
當老板 開名車 住豪華別墅 二樂也
得天下美女而勾引之 三樂也
(권존위고 전호후옹 일락야
당로판 개명차 주호화별서 이락야
득천하미녀이구인지 삼락야)

권세와 지위가 높아 앞에서 부르면 뒤에서 따르니 첫 번째 즐거움이요
사장이 되어 명차(名車)를 타고 호화별장에서 사니 두 번째 즐거움이며
천하의 미인을 만나 그를 유혹하니 세 번째 즐거움이라